백화점들의 외산가전 취급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가전제품 취급을 줄이면서도 한편으로 외산 가전제품 취급은 늘리고 있다. 이는 매출에서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소비자들이 외산가전을 꾸준히 찾고 있어 백화점들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백화점 가전매장은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외산가전 유통의 한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과 가계수입 증가로 소비자들이 대형제품 위주로 수입가전제품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카세트·캠코더·카메라·토스터·다리미 등 소형가전의 경우 소비자들이 국산보다 외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 백화점들이 수입가전 취급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면 국산 소형가전제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 반면 외산 소형가전제품은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외산 소형가전제품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OEM으로 생산해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거의 압도적으로 백화점 매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대표 구학서 http://www.shinsegae.co.kr)은 GE·지멘스 등의 브랜드 상품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고 특히 면도기·워크맨·전동칫솔 등은 수입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따라 올들어 이들 수입 소형가전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1월 판매된 소형가전의 90% 이상이 필립스·소니·브라운 등 외국산 소형가전제품일 정도로 소형가전은 수입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 소형가전의 경우 취급품목은 그리 늘어나지 않았지만 필립스·브라운·테팔 등 기존의 소형가전 인기브랜드의 선호도가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수입 소형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제조회사가 중국·싱가포르 등에서 OEM방식으로 제품 제조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판매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형가전의 경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않겠지만 꾸준한 성장이 예상돼 백화점들의 외산 소형가전 취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대표 이병규 http://www.e-hyundai.com)도 소형가전의 경우 수입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가전 매출에서 수입가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평상시에는 25% 정도에서 세일때는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세일때 판매비중이 올라가는 이유는 외산가전업체들이 세일때 가격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등 국산제품보다 더 많은 가격인하를 단행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고소득층 소비자가 많은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캠코더와 커피메이커 등은 수입품만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대표 이인원 http://lotte.shopping.co.kr)은 탈IMF 분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중반부터 대형TV와 대형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을 위주로 수입가전 명품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형TV의 경우 본점 기준으로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대형냉장고·세탁기도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수입가전이 이처럼 인기를 끌자 지난 3월 혼수시즌을 맞아 혼수가전 전제품을 수입품으로 구성한 수입혼수가전 특별 판매전을 펼치기도 했다.
백화점 행복한세상(대표 http://www.hangbok.com)은 지난해 개점하면서 가전매장은 아예 입점시키지 않았다가 지난 4월 20일부터 소니매장을 7평 정도의 규모로 입점시켰다. 대형평면TV·디지털카메라·카세트플레이어 등을 취급하고 있는 이 매장은 개설된 지 한달도 안됐지만 50인치대의 대형 평면TV를 중심으로 제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어 국산가전과의 판매비중이 5대5를 나타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대표 김정 http://www.galleria.co.kr)은 지난 98년 말부터 가전제품매장을 계속 축소하고 있지만 외산제품은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고급 외산가전제품을 계속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 바겐세일때 백화점3사의 가전매장에서 소니사의 대형TV가 품귀현상을 빚는 진풍경이 벌어진 사례는 국내 소비자들의 외산선호 풍조와 백화점들의 외산가전제품 취급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엄성섭기자 smartgu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