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시장이 두달여동안 냉각되면서 벤처캐피털 등 투자기관들이 비즈니스 모델이 탁월하고 수익기반이 탄탄한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집중, 신생 벤처기업의 벤처자금 유치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1일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창투사·신기술금융사·은행·투신·증권 등 벤처투자업계가 신규투자를 자제, 성장 가능성이 아주 뛰어난 유망 벤처기업으로 투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한 기업은 물론 아직은 실질적인 수익기반이 약하지만 나름대로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까지 벤처캐피털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3∼4월께 자본유치를 추진해온 업체들은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데다 자본유치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일부는 투자약속까지 파기, 사업추진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의 경우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매출구조와 수익모델이 분명하고 시장선점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체들은 투자유치에 거의 문제가 없고 오히려 주가가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수익구조가 불투명하고 핵심기술력보다는 단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업체들은 투자유치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인터넷정보서비스업체인 E사의 경우 지난 3월 투자업계로부터 약 50배가 넘는 프리미엄에 투자받기로 약속하고 추진해왔으나 투자시장 냉각과 벤처기업 옥석구분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라 투자가 유보돼 현재 프리미엄 폭을 놓고 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ASP업체인 O사는 해외 벤처홀딩컴퍼니와 국내 투자기관으로부터 약 20배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유치를 진행해오다 지난달 주식시장 침체 이후 현재 답보상태에 빠졌으며 영상솔루션업체인 E사 역시 20배 이상의 프리미엄으로 투자유치가 활발히 오가다가 최근에는 시간만 끌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홀딩컴퍼니인 파워텍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B사의 C 사장은 『인터넷쪽에서도 수익기반을 갖춘 솔루션 분야는 비교적 투자유치가 원활한 반면 단순 콘텐츠업체나 포털업체 등은 외부자본 유치가 어려워 자금압박을 받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투자유치가 어려워지자 인력난까지 심화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벤처붐 조성으로 단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기업이 늘어난데다 투자경쟁이 붙으면서 거품이 심해진 것은 벤처기업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재적소에 자금이 투입되고 체계적인 경영지원만 이뤄지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어 벤처캐피털 등 투자업계의 소신있고 책임감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