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공시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LG정보통신 합병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우선 전자·정보통신산업이 네트워크화·멀티미디어화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LG전자 관계자가 합병문제와 관련, 『디지털부문 전자·유통과 첨단 정보통신부문 핵심기술을 결합, 시너지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LG정보통신을 통합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국내외 유무선통신 분야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규모화·대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설득력을 더해준다.
사실 LG전자의 주력사업인 가전산업은 최근 디지털화 바람으로 정보통신기술이 필수적이어서 LG정보통신의 네트워크 기술이 가미될 경우 시너지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LG전자는 디지털TV 등 디지털 영상가전제품에 IMT2000 단말기 기술을 추가할 경우 경쟁력이 크게 증대될 수 있다.
또 LG정보통신의 주력사업인 이동동신단말기사업의 경우 이달부터 보조금 폐지로 내수시장에서의 발전가능성이 줄어들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합병을 통해 LG전자의 해외영업망을 통해 단말기 시장을 세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와 함께 LG정보통신이 최근 맥슨전자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됨에 따라 GSM사업 본격 전개에 어려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해 조기 합병을 통한 영업·기술 시너지 제고가 다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합병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가 이를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다 침몰위기까지 몰린데서 LG가 전자CU 합병을 서둘렀다는 얘기다. 사실 LG는 그동안 『외부 환경 등 안팎의 경영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전자CU 5개사를 통합해 나간다는 게 LG 구조조정 및 사업구조 개편의 기본 골격』이라고 밝혀온 데서도 그렇다. 이렇게 보면 LG전자를 주축으로 데이콤과 LG텔레콤 등 통신서비스 회사까지 묶어 통신분야 국내 최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 강하다.
두회사의 합병은 LG정보통신 주식을 27.1% 보유하고 있는 LG전자가 LG정보통신을 흡수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병이 성사될 경우 LG전자는 자산이 15조원으로 늘어나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양사의 합병 추진에 따라 LG정보통신이 대주주인 LG텔레콤(24.4%)과 데이콤(23.1%) 등 통신 관련 자회사도 실질적으로 LG전자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됐다. 또 LG의 거대 통신그룹호 구상에는 하나로통신(지분 약 20%)도 핵심적인 축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로써 디지털 기술과 제품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IMT2000 분야에서도 시장지배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정보통신과의 합병을 위한 최적기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사업구조조정과 영업호조로 지난해 2조여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합병작업에 필요한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최근 들어 양사간 주가 차이가 급격히 좁혀진 것도 서둘러 합병을 공식화하고 나선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며칠 증시회복과 함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주주(LG정보통신) 반발과 주식 매수청구권 부담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LG는 보고 있다.
LG전자 중심의 합병을 전제로 할 때 LG정보통신주식의 매수가격(5월 30일 기준)은 주당 7만7865원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이 경우 대략 전체 LG정보통신 주식(3090만주)의 20% 정도만 합병에 반대하더라도 최대 4800억원의 주식매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결국 합병을 하면서 이만한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가 되는 셈이다. 합병비용이 너무 커지게 되면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합병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에 대해서는 강한 반론이 제기된다.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주가 차이가 가장 작은 지금이야말로 합병을 단행할 우호적인 시점이라는 시각을 전제로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회사의 주가 차이가 5대 1 정도가 됐던 2년전보다 현재가 훨씬 비용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LG그룹이 양사의 합병이 「윈윈전략」의 산물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수를 최대한 줄일 경우 합병비용도 더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곁들여진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주식시장 약세기조를 감안해 합병시기를 연기하면 매수가격이 훨씬 떨어져 결과적으로 합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저평가된 LG정보통신의 주가가 급등할 경우 「꾀를 쓰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며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이 더 강한 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 추진을 통해 구자홍 부회장 체제가 전자그룹을 중심으로 보다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합병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 뒤져 있는 기기 및 통신 장비, 통신 서비스 시장 구도를 바꿔 나가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