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닷컴주의 거품론이 제기된 이후 코스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하루 사이에 10% 내외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개미군단은 오전과 오후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비단 코스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나스닥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측불허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이테크주와 닷컴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이나 나스닥에서 감이 아닌 올바른 원칙으로 투자에 성공하는 비법은 없는 것일까. 저마다 최고의 가능성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유혹하는 첨단주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일까.
최근 출간된 「고릴라 게임」은 쉽고도 재미있는 개념과 용어로 이런 절박한 질문에 답을 던져준다. 제프리 A 무어, 폴 존슨, 톰 키폴러 등 미국의 벤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이 책은 닷컴주와 하이테크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와 기법을 담고 있다.
「고릴라 게임」의 투자 전략은 간단하다. 코스닥이나 나스닥 같은 첨단기술주 중심의 주식 시장에는 한 마리의 고릴라와 수많은 새끼 원숭이들이 모여 있으며 남보다 한발 앞서 그 고릴라를 알아보면 높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어떻게 고릴라를 한눈에 알아보느냐인데 저자들은 고릴라 서식지, 즉 첨단기술 시장의 발전구조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첨단기술 시장은 초기 시장, 심연(chasm), 볼링 레인, 회오리바람, 중앙통(main streeet), 완전동화(또는 생애 마감), 최후의 진화 등 7단계로 진화하며 아키텍처의 독점성, 높은 전환 비용, 시장의 확장성 등을 가진 기술이 고릴라 후보라는 것.
각론으로 들어가 「고릴라 게임」은 개미군단에게 금과옥조가 될 만한 10가지의 원칙을 제시한다. 응용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주식이면 볼링 레인 단계(최초의 시장형성 단계)에 구매하고 원천기술을 지원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면 회오리바람(초고속 성장 단계)이 불 때 사라. 고릴라 후보 주식은 통상 2∼4개가 적당하며 확실한 고릴라가 나타나면 그 고릴라에 집중하라. 비고릴라 주식에서 빼낸 돈은 고릴라 주식을 사는 데 써라. 매입한 고릴라는 어떤 시장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장기간 보유하라. 마지막으로 대체 기술과 제품이 등장하면 지체없이 고릴라를 팔아라.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고릴라 투자 기법에는 정보통신을 비롯한 첨단 시장과 벤처기업 주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실전경험이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첨단기술 시장의 이해에서부터 주식 시장의 작동원리, 고릴라 게임의 매매절차, 사례까지 첨단 기술주 투자와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증권투자 기법서가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투자 기법을 알려주는 것과 달리 성장투자·실적투자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경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한국증권연구원 우영호 부원장은 이 책에 대해 『산업발전의 큰 흐름을 찾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위한 지침서』라며 『전세계적으로 버블 논쟁이 일고 있는 인터넷 관련 주식의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쉬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든 일독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제프리 A 무어 외 지음, 김봉즙·이기홍·김형기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1만6000원.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