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훑어보면 소형가전제품에서 대형TV에 이르는 다양한 외국산 가전제품들이 국내 가전제품을 제치고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인터넷쇼핑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가전쇼핑몰이 수입가전제품의 취급을 늘리고 있고 일부 쇼핑몰은 한 유명 외국브랜드 가전제품만을 취급하는 별도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TV 홈쇼핑업체들도 자체 조사결과 매출확대에 수입가전제품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판단 아래 적당한 수입가전 유통업체 잡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가전유통시장의 전통적인 대리점체계는 수입가전제품 국내진출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양판점체계가 자리잡는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구조가 수입가전 진출이 쉬운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온라인·무점포 유통망은 외산가전의 국내 진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온라인 유통채널만큼 수입가전업체의 입맛에 딱 맞는 유통채널도 드물다. 외산가전은 유통과정의 특성상 유통마진이 매우 높고 오프라인 유통망으로부터의 반발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유명 수입가전업체들은 최근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단행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수입업자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업체로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가장 잘 나가는 수입가전제품은 캠코더, 휴대형 오디오, 생활가전제품 등 주로 소형가전제품이지만 점차 대형TV, VCR, 거치형 오디오 등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어 올해 이후 대형·소형제품 모두 판매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LG홈쇼핑은 전체 가전제품 매출 가운데 수입가전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입가전 취급률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적어도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로 판매되는 국내 가전제품이 대형·고가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소형가전 중심으로 판매되는 수입가전제품은 매출 면에서는 차지하는 비율이 작지만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제품구성만을 놓고 볼 때는 전체 가전 취급제품 가운데 수입가전의 비율이 50%에 육박한다.
39쇼핑의 경우 컴퓨터를 제외한 순수 가전제품 중 수입가전의 매출비율은 매월 전체의 40% 수준인 20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씨앤텔도 가전제품 가운데 국내가전과 수입가전의 매출비중은 3대7 정도로 수입가전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수입가전 매출도 지난해와 비교해 30% 정도 신장된 상태다.
수입가전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져 지난해 8대2 정도였던 국내가전과 수입가전 비율이 올해는 6대4 정도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이들 홈쇼핑업체는 온라인망에서 취급할 수입가전제품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이 때문에 유명 홈쇼핑업체에서는 제품상의 하자·반품·AS 등의 문제가 줄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개인업자의 인터넷쇼핑몰과 PC통신 등에서는 아직도 일부 밀수업자 제품이 적지 않게 거래되고 있어 밀수 가전제품의 판매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관 및 수입가전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엄청난 밀수물량이 인터넷 등을 통해 순식간에 팔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입가전 유통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온라인 유통망 확산이 자신들에게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소니코리아·필립스전자·샤프전자·월풀 등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 온 업체들보다 자체 유통망 없이 일시적으로 제품을 수입해 시장에 풀고 있는 병행수입업체들의 사업기회가 한층 확대됐다.
아직까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판매가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향후 빠르게 성장, 오프라인 시장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극소수의 절대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볼 때 온라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외산 가전업체와 국내업체간의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