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 공식 애니메이션 제작권을 놓고 영상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대행회사 ISL이 2002월드컵 마스코트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권을 독일의 모 영상업체에 넘긴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월드컵 애니메이션 제작권을 따내려던 국내 영상업체들은 졸지에 「닭 쫓던 개」(?)가 돼 버렸다.
FIFA는 지난해말 2002월드컵에 사용될 엠블렘과 마스코트를 전세계에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FIFA는 마스코트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고 이를 알게된 국내외 영상업체들은 월드컵 애니메이션 제작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그러나 엠블렘과 마스코트를 공식 발표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일명 「애트모사건」이 터졌고 마스코트 재 제작론까지 거론됐으나 FIFA와 ISL측은 당초 계획대로 마스코트의 이름만 공모를 통해 선정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영상업체들은 한일 공동 컨소시엄 구성 등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공론화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사업권 확보를 위해 ISL측과 접촉을 시작했다. 일부는 제작권이 제3국으로 넘어갈 것 같다는 소문이 돌자 FIFA측 고위 관계자와의 줄대기(?)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은 영국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한 독일의 P사에 돌아갔다. 아직까지 FIFA와 ISL측이 공식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월드컵 마스코트를 활용해 약 13부작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최국의 자존심을 걸고 제작권을 따내려 했으나 FIFA와 ISL본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다 정보부족 등으로 시기를 놓쳤다』며 『국내 업체들이 일본 전문업체들과 대형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등 공론화 작업을 통해 세력을 결집했더라면 결과는 달리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