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기밥솥 시장에서 쿠쿠 브랜드로 9개월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성광전자 구자신 사장(61)의 일설이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은 삼성·LG·대우 가전 3사와 중소전문업체 15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소형가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 이런 경쟁 상황에서 9개월째 롱런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이후 평균 25%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30%선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구 사장이 말하는 성공의 비결,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은 무엇일까.
『지난 98년 7월 전기압력밥솥으로 자체브랜드 출시를 본격 시작할 때 결심했던 것은 마케팅 교과서에 나오는 정석대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통망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3개월 어음 대신 선금방식의 현금결제를 고집했고 유통망도 지역안배에 따라 구분한 총판을 정점으로 사다리형 유통망을 구축해 1·2·3차 딜러들 사이에 마진확보가 확실히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마케팅 정책이 성공하는 밑바탕이 된 것은 바로 품질입니다.』
구 사장은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마케팅 전략도 무용지물이라는 지론으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성광전자의 전기밥솥은 LG OEM때부터 불량이 적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지난 98년 중반 자체 브랜드로 시장진출을 시도할 당시 디자인과 안전성 및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가격을 LG·삼성의 IH밥솥보다 싸고 여타 중소업체 제품보다는 비싸게 책정한 것도 주효했다. 「품질은 대기업 수준, 가격은 저렴」이라는 틈새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는 것. 이전 제품이 잘 팔리고 있을 때 신제품 개발에 나서 기존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기 전 신제품을 제때에 출시한 것도 적절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9개월 롱런의 최고 수훈장은 광고라는 것. 성광전자는 실제로 IMF로 중소업체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때 TV광고를 감행했다. 물론 자금력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40억여원을 광고비로 지출했고 올해도 50억원을 쓸 예정이다.
『자체 유통망도 갖지 않은 중소업체가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TV광고뿐입니다. 광고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판매수량이 증가하면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는 기우일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광고때문에 물건을 팔고도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성광전자는 TV광고를 시작한 98년 10월 이후 1년만인 지난해 9월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구 사장은 현재 성광전자가 자체 브랜드로 밥솥시장에 진입하면서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던 전기밥솥 시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대웅전기와 마마가 힘겹게 일궈가던 압력밥솥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구 사장은 이제 시장진입도 2년여에 다다른 시점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질 때가 임박했음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재래시장에서 할인점이나 양판점 등 신유통을 중심으로 유통환경이 급격히 옮겨가는 추세에 따라 신유통 전담 총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늘어난 구매력을 이용해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려는 유통업체와 신중한 조율을 모색중이다.
또 하반기와 내년의 시장을 이끌 비장의 신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많이 파는 만큼 기술력에서도 한 발 앞서가야 한다는 책임감때문이랄까.
『올 내수시장 매출 목표 700억여원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는 2002년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