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영상처리기술 확보해야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인공위성 제작보다 위성영상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다른 나라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유효한 중간 진입전략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원격탐사연구센터(CRISP:The Center for Remote Imaging Sensing and Processing)의 임혹(Lim Hock) 센터장은 『위성제작기술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격인 위성영상 처리기술은 영상을 활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며 영상 처리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격탐사연구센터는 지난 85년 싱가포르 정부의 「인공위성 없는 우주개발」 정책에 따라 국가 연구기관으로 설립돼 모두 33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 기관으로 SPOT·ERS·RADASAT 등 세계 각국의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제공받아 이를 재처리, 수요자가 원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각 위성으로부터 제공받은 영상을 가지고 영상변환(Image Transformation) 기술을 통해 식물의 분포량, 하천의 탁도, 바닷속 플랑크톤의 이동, 대기중 황사량 분포, 적조의 이동 분석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은 지상에서 반사된 에너지를 숫자 값으로 바꾼 것에 불과한 위성영상을 지상의 유용한 정보 값으로 변환시켜 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동안 이 센터에서는 RADASAT을 이용해 베트남지역의 쌀 작황 현황을 3개월 주기로 분석, 이를 베트남 정부의 「메가 라이스(Mega Rice)」 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며 96∼98년에는 SAR위성을 이용,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 주변 해역의 환경오염지도를 완성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싱가포르가 도시국가의 특성상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가는 위성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독자적인 위성영상 처리기술 개발에 주력, 15년여만에 이처럼 세계 수준의 영상처리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격탐사연구센터는 지난해 SPOT위성 등이 찍은 영상을 재처리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판매, 15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실용급 위성인 아리랑 1호와 우리별 3호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와 달리 위성영상의 처리기술을 갖추지 않은 채 위성체 개발에만 몰두, 개발에 들어간 비용만큼 영상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개발비용만 수천억원이 투입된 아리랑 1호의 경우 지난 4월에 발생한 강원도 지역의 산불과 올 봄에 발생한 황사현상 등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영상 활용가치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임 센터장은 『한국의 인공위성연터 벤처기업인 세트렉아이와 공동기술협력에 관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상처리기술에 승부를 건 싱가포르의 위성정책은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