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의 심학동 팀장(43)은 요즘 밤늦게 퇴근한 뒤에도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지난 3월 아주대학이 개설한 사이버MBA과정에 등록한 이후 세상없어도 매주 6시간씩 집에서 원격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공계 출신인 심 팀장은 업무과정에서 경영학 지식의 필요성을 느껴왔으나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쫓기는 직장생활에서 대학원 진학이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든 대학원 공부는 오프라인 과정보다도 훨씬 엄격한 학사관리로 심씨를 곤혹스럽게 하지만 대학시절로 돌아간 듯한 뿌듯함에 피곤함도 잊고 책상 앞에 앉는다.
사이버교육과정이라 동기생들의 얼굴도 대부분 모르지만 매달 한 번씩 모이는 오프라인 강의 후에는 동기들과 술자리도 같이 하며 모처럼 되찾은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심 팀장의 경우는 인터넷과 대학 교육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원격교육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가의 인터넷교육 상황을 보면 외부 직장인을 겨냥한 일부 전문 교육과정을 제외한 나머지 재학생 대상의 원격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형편이다.
14개 대학의 인터넷교육연합체인 열린사이버대학 「OCU」의 경우 이번 학기 총 160개 강좌에 3만여명의 학생이 원격교육서비스를 신청했으나 교육 콘텐츠 상당수가 대학교재를 단순히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수준에 불과해 아직 오프라인 강의를 대체할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내년부터 사이버대학 설립이 정식으로 허용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의 인터넷교육 시장 진출에 가속이 붙고 있으나 당장 사이버대학 운영이 대학재정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대학 입장에서 인터넷 교육을 위한 초기 투자액과 교안제작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일인당 사이버교육비용이 오프라인 학생 교육비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추진중인 사이버대학 계획이 대부분 관료적인 대학행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민간 인터넷교육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전문대학교와 중위권 대학들이 원격대학을 공동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돼고 있다. 이들 대학은 타성에 젖은 이른바 일류대학에 비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인터넷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아직 초기단계인 사이버대학시장에서 신흥세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원격교육쪽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 대학들은 기존 오프라인 교육시장에서 구축한 서열에 관계 없이 위상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앞으로 2∼3년 안에 새로운 서열체계가 구축될 사이버대학시장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지금 상위권 대학이라도 나중에 인터넷교육시장에 진입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한편 대학교육에 필요한 전문 콘텐츠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향후 대학관련 인터넷교육시장 중에서 가장 안정성 있는 사업 분야로 부상이 예상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