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체에서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마인드는 그 회사의 전체적인 기업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중소업체 사장은 연구개발·생산·마케팅·인사 등 회사의 모든 사안을 움켜쥐고 있는 실권자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보화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도 다름아닌 중소기업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다.
최고경영자가 급변하는 인터넷환경 속에서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대처하는지는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최근 벤처투자사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가장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중소기업체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 가운데 「정보화가 기업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라는 인식을 지닌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중소기업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화의 중요성에 대해 보통 이하로 인식하는 경영자가 58.2%에 달했다. 정보화를 새로운 경영전략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전산기술적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부분은 PC 몇대를 갖다 놓고 회계·인사·영업 등 일부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일을 전산화 내지는 정보화로 착각하고 있다. 기업경쟁력 제고와 직접 연관되는 전산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물품구매 및 고객관리와 설계·공정관리·자동화 등 전체적인 생산 및 경영업무의 선진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보화의 추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에서도 대부분이 정보검색이나 전자우편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웹사이트를 이용해 국내외 고객을 확보하거나 전자결재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충남대 정영수 교수가 대전·충남지역 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을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업무 전산화 45.0%, 단순 문서작성 30.0% 등 전체의 75% 가량이 컴퓨터를 단순업무에만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 중소업체들은 33.3%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고 데이터베이스를 당분간 구축하지 않겠다는 업체도 무려 62.5%에 달했다.
결국 국내 중소업체 대부분이 아직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로 대별되는 새로운 산업정보화의 패러다임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업무를 전산화하고 정보화를 구현하는 데는 일정 이상의 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회사 전체 수익성과 업무효율성의 제고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투입에 따른 확실한 이익산출이 계산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국내 중소기업 CEO의 공통된 고민이다.
심지어 일부 중소업체 CEO들은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굳이 비싼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고도 회사업무를 처리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직원들이 왜 자꾸만 네트워크를 깔고 새로운 컴퓨터를 사달라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이같은 고민과 불만은 기존의 낡은 업무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전산화 내지는 정보화로 착각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또 컴퓨터의 도입이 곧 정보화라는 오류에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화의 진정한 의미는 기존의 업무 형태를 컴퓨터로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전산요소를 매개체로 조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플로를 도입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중소업체 CEO들은 정보기술의 활용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회사경영과 업무처리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수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기청은 올 하반기부터 자금 및 기술, 벤처 등 각종 중소기업 지원시책 신청시 서식란에 대표자의 e메일 기재를 의무화하고 각종 공지사항 및 공문발송도 e메일로 대체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20개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와 「중소기업대표 e메일 지원사업협의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무료 e메일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e메일 마케팅 기법 등 e메일 활용전략에 대한 전국 순회세미나도 실시한다.
이러한 「중소기업대표 e메일 갖기운동」은 국내 중소기업 CEO들의 정보화 마인드를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노력의 하나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나는 회사경영을 책임진 CEO로서 인터넷과 디지털시대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가」 「회사 부가가치의 4분의 3이 지식과 정보로부터 나오는가」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형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는가」 「정글의 생명체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고 있는가」 「지적재산의 관리수준은 어떠한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스피드 경영을 하고 있는가」 「고객관리에 대한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사원의 창의와 열정이 살아숨쉬는 조직문화인가」 「확고한 비전과 창조적 파괴능력을 지닌 CEO인가」
정보사회·디지털시대의 CEO라면 이상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는 삼성SDS 김홍기 대표의 충고는 중소기업 CEO도 한번쯤은 귀담아 들을 만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모범 정보화 사례: 제이텔 신동훈 사장>
신생 벤처기업인 제이텔의 신동훈 사장(36)은 국내 개인휴대단말기(PDA)산업을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다. 신 사장은 지난 97년에 직원 3명과 자본금 3억원으로 제이텔을 창업, 회사설립 1년 만에 국내 최초의 PDA 제품인 「셀빅」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셀빅에 CDMA/PCS 전화기를 연결,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 분야 세계 최초의 상용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신 사장은 올해 국내 최초의 상용 애플리케이션서비스프로바이더(ASP) 도입이라는 또 한번의 신기록을 세웠다.
ASP 서비스는 간단히 말해 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쓰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는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월 사용료를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대여받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값비싼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지녀 영세한 중소기업이 ASP에 갖는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ASP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제이텔의 신 사장처럼 ASP 서비스를 실제로 도입한 중소업체는 드물다. 제이텔이 국내 최초의 ASP 고객이 된 것은 『하이테크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인프라와 이를 통한 경영효율의 극대화』라는 신 사장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제이텔은 그동안 소수정예의 인원이 높은 성과를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 왔으며 ASP 서비스는 여기에 부합하는 가장 최적의 정보화 모델이며 특히 월 사용료 방식의 유연한 ASP 가격도 비용부담 측면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게 신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제이텔은 향후 ASP 서비스를 제공할 이노아이사에 초기 개발비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정보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은 회사 전체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전략투자의 일부인 만큼 향후 이 부문를 맡아 줄 사업파트너와 상호 결속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식지급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센터가 제시한 「eCEO로 변신하는 길」>
1.e메일을 사랑하라
2.골프만큼 인터넷을 즐겨라
3.과거의 체험에 연연하지 않는 청년정신을 유지하라
4.디지털 혁명의 진면목인 「나눔의 문화」에 주목하라
5.「기술혐오증」을 넘어서라
6.정보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하라
7.정보의 속도와 창의성에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