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벤처 투자시장에 조건부 투자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의 정당성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벤처와 투자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금 반환이나 CEO경질 같은 조건을 수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건부 투자행태는 인터넷거품론 이후 투자에 조심성을 보이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먼저 도입하기 시작해 점차 국내 투자자들에까지 확산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벤처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거품론 이후 투자자들이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다수의 업체들이 다양한 조건부 조항 삽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대체로 이를 수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조건부 투자의 단서조항은 경우에 따라 다르나 △사업계획서상의 매출규모나 경영상태를 지키지 못할 경우 △코스닥상장에 실패할 경우 △기존 경영진의 불화나 교체가 발생할 때 투자금액을 반환하거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명사이트인 P사의 경우 회원이 일정수를 넘기지 못할 경우 투자금액을 그대로 반환하는 것을 전제로 M사로부터 투자 유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B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100% 믿을 수 없는데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확실한 판단근거가 없는 만큼 오히려 이같은 조건부 투자방식이 투자유치를 활성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건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정도의 업체라면 사실 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한 회사』라며 『조건부 단서조항은 단지 머뭇거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차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벤처클럽모임 관계자들은 투자자금 반환을 조건으로 하는 투자유치는 일반적인 투자유치로 보기는 어려우며 특히 일반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유치 성사 자체를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의 잣대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조건부 투자유치의 경우 투자유치와 함께 단서조항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는 일종의 출자 개념으로 원칙적으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보유지분만큼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조건을 붙이는 것은 변칙』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조건부 투자유치는 언제든지 투자가 회수될 수 있기 때문에 단서조항을 숨기고 투자유치 자체만을 발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건부 투자조항은 투자유치 계약서에 명시되거나 이면계약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공개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이의 공개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