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시장 집중의 배경과 전망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국내 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 LCD) 업체들이 모니터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데다 노트북PC에 비해 화면크기가 커 수익성이 한결 좋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과 LG필립스LCD가 4세대 라인의 가동을 2∼3개월 이상 앞당기고 5세대 라인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도 모니터 시장 강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모니터용 TFT LCD 시대를 장악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진군은 시작됐다.

◇시장동향 = TFT LCD는 가볍고 이동하기 편한 제품 특성을 앞세워 모니터용브라운관(CDT)을 대체하면서 모니터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미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TFT LCD 시장 규모는 2900만대며 이 가운데 모니터용 TFT LCD의 비중은 24%인 700만대다. 올해 CDT시장의 7% 안팎이 LCD모니터로 바뀌는 셈이다.

성장속도도 빠르다.

모니터용 TFT LCD는 연평균 40%씩 성장해 오는 2005년께 전체 TFT LCD시장의 40%를 점유할 전망이다. 반면 이 기간동안 노트북PC용 TFT LCD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4%에 머물러 2005년을 고비로 주력 제품의 자리를 모니터용 제품에 내줄 전망이다.

모니터용 LCD시장의 주력은 75% 이상을 점유한 15.1인치 XGA제품이나 앞으로 17, 20인치 등으로 대형화가 급진전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 전략 = 그동안 이 시장 공략에 주력해 온 LG필립스LCD는 물론 노트북PC에 집중해 온 삼성전자가 모니터용 시장의 급성장을 내버려둘 리 없다.

모니터 시장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생산능력의 확충으로 요약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량 확대가 그대로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최근 4세대 라인을 조기 가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4세대 라인에서 생산할 제품이 모두 모니터용 제품은 아니나 두 회사는 가동을 계기로 모니터용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삼성은 15%에서 20%로, LG필립스LCD는 23%에서 33%로 생산 비중을 높여 잡았다.

생산확대 전략뿐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모니터용 TFT LCD 시장에서도 고성능화·대형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고 주력인 15.1인치보다 큰 제품을 조기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7, 18.1인치에 이어 최근 21.3, 24인치 제품의 양산에 들어갔으며 올 가을 4세대 라인 가동을 계기로 이들 제품의 생산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초기에는 4세대 라인에서 노트북PC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다가 본격 가동할 내년 2월께부터 모니터용 제품 생산을 강화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필립스LCD는 모니터용 TFT LCD의 주력이 15.1인치에서 점차 18.1인치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이 회사가 당초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680×880㎜ 라인을 가동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신규 생산라인은 유리기판 하나로 20.1인치 제품을 4개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LG필립스LCD는 경쟁사에 앞서 조기 가동해 대형 모니터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쟁사의 동향 = 모니터 시장을 향한 국내 업체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경쟁사인 일본 업체들의 행보는 더딘 편이다.

LG필립스와 함께 680×880㎜ 규격을 채택한 샤프·돗토리·산요 등이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삼성의 규격인 730×920㎜를 따른 도시바도 연내 가동이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조기 양산에 들어가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의 PC업체 등 대형 거래선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일본 업체들은 국내 업체의 움직임에 대응해 4세대 라인의 가동을 앞당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 샤프는 모니터용 및 TV용 제품 시장 공략을 위해 4세대 라인의 조기 가동을 적극 추진중이다.

그렇지만 일본 업체들이 양산에 들어간다 해도 국내 업체가 이미 선점한 시장을 빼앗아가는 게 벅찰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발빠른 행보로 노트북PC에 이어 모니터 시장도 장악해 명실상부한 세계 TFT LCD 강국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