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10)비디오 게임 산업의 현황과 과제-시장의 주인은 소비자

한국게임물유통협회 우인회 회장(woo@kiema.or.kr)

가정용 비디오 게임 산업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우여곡절로 점철돼왔지만 한 가지 확실한 기준은 항상 존재해왔다. 다양한 상품이 쏟아졌고 기발한 마케팅 기법이 등장했지만 결국은 소비자가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할 수 있었다.

80년 대후반 MSX게임과 아타리게임이 닌텐도에 패한 사례라든지 90년대 초에 영국의 한 어린이가 닌텐도 게임을 하다가 발작증세를 보여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비디오 게임의 광과민성 파동」에도 불구하고 닌텐도가 살아 남게 된 것은 결국 시장의 주인은 소비자라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가정용 게임 캐릭터의 대명사로 10년 이상 인기를 끌어 온 슈퍼마리오를 비롯해 소닉, 스트리트 파이터, 버추얼 파이터, 지금도 인기 있는 테트리스, 롤플레잉의 거작 「젤다의 전설」 「화이널 환타지」를 보면서 우리는 고객의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배운다. 재미보다는 사실성에 충실했던 드림캐스트의 센무가 실패한 사례라든지, 비디오게임에서 처음으로 3D그래픽을 도입한 버추얼 파이터가 결국에는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철권에 왕좌를 넘겨준 것도 소비자의 구미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재삼 확인시켜준다.

반대 사례로 전세계적으로 비디오 게임이 PC게임을 앞서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 시장에서 비디오 게임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비디오 게임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부정적 시각과 컴퓨터에 대한 일반 국민의 호감의 결과로 평가된다.

아무리 법을 만들어 단속하고 처벌해도 막지 못하는 재미있고 뛰어난 일본산 신

종 게임에 대한 마니아들의 열성, 일본 글이 많아서 민족문화의 주체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수입배포 자체를 금지시켜도 날로 치솟기만 하는 포케몬의 인기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게임판매 상인들의 상술 때문일까 아니면 금지품목에 대한 막연한 향수일까. TV광고 하나 하지 않고 시끌벅적한 판촉행사도 없는데 왜 그리 난리법석인가. 민족이라는 단어 조차도 이해 못할 유아들까지 포케몬 열풍에 휩싸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답은 하나! 다른 어떤 게임도 제공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은 오로지 모방이 아닌 창작을 통해 생겨나며 사람의 심성을 통찰하는 안목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

이 맛은 용기 있는 선택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지만 성공할 확률은 1% 미만이다. 소비자는 칭찬에 인색하며 결코 한가지 맛을 긴 시간 동안 탐닉하지 않는 변덕쟁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렇듯 어려운 산고 끝에 탄생하는 작품은 또한번 엄격한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터널을 거쳐야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문화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생겨나며 이러한 소비자의 선택은 오로지 상품성 그 자체에 의하여 결정되고 그 어떤 이성적인 설득이나 아무리 무서운 법률로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재삼 확인한다.

문화상품의 우수성은 그 제품의 상품성 자체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소비자의 까다로운 선택에 의해서만 입증된다. 문화상품의 진정한 대작은 소비자 눈치보기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심판받는 창조의 정신에서 가능해진다. 진정한 창조는 소비자의 기호에 아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맛을 발견하여 소비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보인다. 게임인들은 새로운 비전에 들뜨기 시작했고, 규제는 하나하나 걷히고 있으며 국가적인 지원도 시작됐다. 널리 퍼져 있는 우리사회 전반의 비디오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제거하고 자연스럽게 시장을 키워 나간다면 비디오 게임의 앞날도 결코 어둡지 않다 하겠다. 머지않아 홍길동이나 한국산 도깨비가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유명 게임캐릭터가 될 날은 분명히 올 것이며 소비자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산업 각 분야에 좀더 확산될수록 그 시기는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