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부터 시작된 PC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자 유통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7일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등지의 PC유통업계에 따르면 예년에는 4월부터 비수기로 접어들어도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일시적이나마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증시의 폭락세로 인해 PC수요가 급감, 유통업계의 체감 경기가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주연테크·현주컴퓨터 등 완제품 PC를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지난 3월에 비해 많게는 50% 이상 줄었으며 용산·테크노마트의 조립PC 업체들은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심지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해 꾸준한 신장률을 보였던 인터넷PC도 지난달부터는 판매량이 1·4분기의 30% 이하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3월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인터넷 노트북PC 역시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 매달 3000대 이상의 데스크톱 인터넷 PC를 판매했던 한 인터넷 PC 공급업체는 지난달까지 1만5000대의 재고가 쌓여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PC 수요가 줄어들자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 PC 업체들이 일제히 세일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약발」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용산에서 PC 매장을 운영하는 K 사장은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세일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컴퓨터 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마니아들만이 간간히 조립을 해간다』고 말했다.
완제품 PC 업계의 불황이 이처럼 장기화하자 주기판·그래픽카드·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부품·주변기기 업계도 한파가 심각하다.
주기판 업계는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 고심하던 차에 인텔의 i820주기판 리콜 발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그래픽카드 유통업계도 남아도는 물량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곤두박질치는 등 유통질서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HDD 유통 업계도 마찬가지로 물량이 남아돌다 보니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1·4분기에 20만원을 웃돌았던 7200rpm 20GB HDD는 이번주에 16만원대에 거래됐다.
한편 지난달 28일 인텔이 CPU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하하면서 대기업 및 중견 업체들이 재고를 우려해 유통시장에 완제품 PC를 대대적으로 밀어내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