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증시부양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간 적대적 M&A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이 증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한 증권사의 분석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여러 증권사들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통한 적대적 M&A가 증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적대적 M&A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효과 미비=7일 한누리투자증권은 12월 결산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M&A의 조건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적대적 M&A가 가능한 기업들은 대부분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소형종목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나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한누리증권은 적대적 M&A가 가능한 조건으로 ▲대주주지분율이 35% 이하일 것 ▲M&A에 투여된 자금회수 기간이 4년 미만일 것 ▲보유현금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클 것 등 3가지를 꼽고 이를 토대로 12월 결산법인 463개 상장사의 M&A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이수화학 등 14개 기업의 M&A 매력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규모가 적어 증시활성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증권 등 여러 증권사들이 적대적 M&A 수혜주를 거론하며 일부 종목들을 매수 추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분석이다.
◇코스닥 기대해 볼 만=증권업계는 거래소에 비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있는 코스닥시장이 적대적 M&A로 인한 증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사모펀드를 통한 적대적 M&A가 허용될 경우 수익 및 성장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형성돼 코스닥시장의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적대적 M&A가 허용되면 대주주의 무차별적인 주식매각이 어려워져 수급개선 효과를 가져오고 기업 차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주가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어 증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양증권 김희성 연구원은 『기관투자가의 사모펀드를 통한 적대적 M&A가 코스닥 시장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며 『인터넷주를 비롯해 IMT2000 관련주들이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는 현재 주식형과 뮤추얼펀드가 특정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비해 하나의 펀드에 특정기업 한 주식으로만 100%까지 채울 수 있어 적대적 M&A를 손쉽게 할 수 있다.
◇대주주 지분 15% 이하 주목=코스닥시장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15% 이하인 업체들이 적대적 M&A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15% 이하인 업체는 삼보정보통신, 현대멀티캡, 서울시스템, 필코전자 등 총 17개사에 이르며 이 가운데 삼보정보통신 등 6개사는 대주주 지분율이 5% 이하로 나타나 적대적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