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바일비즈니스」는 IT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최대 화두다.
전세계 기업은 저마다 「언제(anytime)-어디서나(anywhere)」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모바일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밀한 사업전략보다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 즉 통신망 구축과 단말기 보급이다. 이런 이유로 모바일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모바일비즈니스의 천국-유럽
유럽은 자판기에서 콜라를 사먹을 때도 이동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모바일비즈니스가 발달돼 있다. 유럽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핀란드가 65%, 노르웨이가 60%에 이르는 등 세계 최고다.
게다가 세계 최대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핀란드)와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보다폰에어터치(영국) 등이 있어 이동통신 환경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유럽은 모바일비즈니스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손꼽힌다.
유럽의 모바일비즈니스 시장규모는 2003년에는 총 235억유로(약 2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시장규모가 3억2300만유로였던 2년 전에 비해 7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유럽의 모바일비즈니스를 사업별로 살펴보면 정보서비스 분야가 9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편중이 심하다. 하지만 2003년에는 정보서비스(5%)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광고(23%), 금융서비스(21%), 쇼핑(15%)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될 전망이다.
◇업체별 모바일비즈니스 전략
-이동통신사업자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하며 모바일비즈니스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업체는 일본의 NTT도코모. NTT의 무선인터넷서비스인 「i모드」의 가입자는 현재 700만명에 육박한다. i모드 가입자는 24시간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에서 전자우편 검색은 물론 쇼핑도 할 수 있다.
NTT 외에 보다폰에어터치(영국)·소네라(핀란드)·TIM(이탈리아)·AT&T(미국)·스프린트PCS(미국) 등 유럽과 미국의 통신업체들도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하며 모바일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업체
인터넷업체들은 PC 외에 다양한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오면 매출증가도 따라올 것으로 보고 모바일비즈니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풍부한 콘텐츠와 전자상거래로 확보한 고객층을 이용해 모바일비즈니스 시대를 맞이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포털업체인 야후는 이미 이동통신사업자인 TIM·D2(독일)·텔레너(노르웨이) 등은 물론 이동전화기 업체인 지멘스(독일)와도 협력관계를 맺는 등 통신업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외에 포화된 시장과 한계에 이른 수익성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아마존(전자상거래업체)·e베이(온라인경매업체) 등도 모바일비즈니스를 위기탈출을 위한 비상구로 보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단말기업체
모바일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무선기기 보급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노키아·모토로라 등 이동전화기 업체들과 팜·핸드스프링 등의 개인휴대단말기(PDA) 업체들은 새로운 수요를 예상하고 무선인터넷 기능을 장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타 분야 업체와의 제휴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초 핀란드의 노키아는 신용카드회사인 비자인터내셔널과 손을 잡았다. 무선 결제사업을 통해 모바일비즈니스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겠다는 뜻이다.
-컴퓨터 관련 업체
컴퓨터업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통신기술과 네트워크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통신업체들과 손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M은 미 최대 통신업체인 AT&T와 제휴했고 경쟁업체인 오라클은 모토로라와 손을 잡았다. 특히 오라클은 「오라클모바일」이라는 사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모바일비즈니스에 나선 상황이다.
◇세계 모바일비즈니스의 향후 전망
업체들의 모바일비즈니스 전략과 준비상황을 살펴보면 어느 업체도 단독으로 사업을 벌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바일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인터넷업체-이동통신사업자」 또는 「컴퓨터업체-이동전화단말기 업체」 식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짝짓기는 피할 수 없다. 한 예로 최근 일본의 DDI(이동통신사업자)·후지쯔(ISP)와 미국의 시티그룹(금융서비스)이 모바일비즈니스를 위해 제휴한 것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엿볼 수 있다.
모바일비즈니스 세계에는 「제로 섬 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첨단기업에서 굴뚝산업체에 이르는, 사업영역과 국경을 초월한 제휴·합병이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비즈니스의 세계가 협력만이 존재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고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업체만이 모바일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