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서 인터넷을.」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은 용궁의 보물 여의봉을 자기 「뜻대로(如意)」 줄여서 귓속에 감춰둔다. 그리고는 필요하면 꺼내어 자유자재로 늘려 쓰는 재주를 부린다.
하지만 정보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까짓 여의봉은 아무것도 아니다. 손 안의 보배인 휴대폰과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근두운이란 구름을 타고 단숨에 수천, 수만리를 날아가지만 무선인터넷단말기를 사용하면 근두운도 부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하면 세계는 이미 내 손 안에 있지 않은가.
최근 정보통신업계의 최대 화젯거리로 무선 인터넷이 떠오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꺼내어 활용할 수 있는 즉시성과 이동성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N세대로 불리는 20세 미만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미 400만명의 무선인터넷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네티즌에게 더욱 빠른 속도를 지원함으로써 진정한 인터넷서핑의 자유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14.4Kbps 전송속도의 IS95A서비스를 64.4Kbps속도의 IS95B서비스로 바꿨으며 연말까지 144Kbps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무선인터넷이란 무엇인가.
말그대로 무선, 즉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인터넷이다.
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통한 유선인터넷과는 다른 작업이 전제된다.
여기에서 표준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단으로는 하이퍼텍스트를 전송하는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란 프로토콜이 이용됐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에서는 이동전화기에 적합한 새로운 프로토콜이 요구된다. 이동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하려다 보니 종래의 http로는 전송효율이나 제한된 액정에 정보를 표시하는 방법 및 보안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다양한 프로토콜과 언어를 개발해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표준이 효율적인가를 두고 관련기업들이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뭉쳐 세력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표준선점을 위한 각축은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진영과 ME(Mobile Explorer)진영 간의 무선인터넷 표준전쟁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WAP진영은 지난 97년 에릭슨·노키아·폰닷컴·모토로라 등의 주도로 이뤄진 표준그룹. WAP를 사용하는 이동통신사업자는 WML(Wireless Markup Language)에 기반한 AU브라우저를 이용, 데이터 전송 및 검색을 지원한다.
이를 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MS사는 기존 유선인터넷을 지원하는 http와 호환성을 갖춘 언어인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을 사용한 ME로 WAP진영에 도전장을 냈다.
WAP진영에 있는 폰닷컴도 WML과 호환성을 지닌 HDML(Handheld Device Markup Language)을 적용한 UP브라우저를 내세워 독자적 기반확보에 나섰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향후 IMT2000시대에 대비해 각기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표준을 채택, 서비스에 나섰다.
크게 볼 때 WAP진영의 사업자로는 LG텔레콤·SK텔레콤·신세기이동통신 등이 있고 ME진영에는 한국통신프리텔·한솔엠닷컴 등이 있다.
이에 대응한 이동전화단말기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표준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표준이 있는 만큼 어떤 표준이 어떤 이유로 채택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WAP방식의 무선인터넷표준은 태그나 문자 자체를 코드로 정의해 전송한다. 따라서 HTML보다 효율적인 전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제작자가 WML이라는 독특한 언어를 배워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ME진영에서 사용하는 HTML표준은 콘텐츠를 아스키코드로 전송하므로 WAP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준은 기존 PC기반의 언어를 최적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손쉽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확장을 할 수 있는 특징도 지닌다.
양측은 모두 자기 진영의 우수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 표준전쟁이 어떤 쪽의 우위로 끝날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어느 진영에 속하든 같은 표준을 사용하는 사업자·제조업체·콘텐츠사업자들은 공동표준을 기반으로 한 무선인터넷 기술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ME진영도 기존의 유선인터넷을 지원하던 연장선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 콘텐츠제공자(CP)는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어떤 표준에 기반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
기존에 컴퓨터를 통한 유선인터넷에서 이뤄지던 모든 서비스를 이동전화상에서 제공해야 하는 CP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통신사업자마다 다른 프로토콜과 언어를 갖는 서비스를 사용하므로 CP들은 동일한 콘텐츠를 통신사업자들에게 제공할 때 각각의 프로토콜과 포맷에 맞도록 변형시켜야 한다. 무척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양대진영으로 나뉘어 있고 변형된 솔루션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는 실정이어서 문제는 간단치 않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업자 대상의 인터넷 CP들은 어떤 표준방식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다. 같은 콘텐츠를 모든 이동통신사업자들에 똑같이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무선인터넷기술의 표준화 필요성도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한번 제작한 콘텐츠를 WAP건 유사 HTML이건 간에 필요에 맞게 변형시켜 주는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 인터넷 언어로 급부상한 확장표시언어(XML)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XML로 데이터를 정의해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무선인터넷 프로토콜의 차이가 무선인터넷 서비스 확산의 중요한 열쇠로 등장한 가운데서도 관련산업은 확산일로를 겪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자료에 따르면 무선인터넷 사용자 수는 이미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동상거래나 비즈니스 잠재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회원끼리 이동통신단말기 채팅을 할 정도로 무선통신의 활용이 생활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생활속에서 이동통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이동전화기를 통해 쇼핑, 은행결제, 증권시세검색, 날씨정보, 뉴스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이제 막 무선인터넷의 황금기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부쩍 늘어난 인터넷수요를 잡기 위해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2700만명의 유력한 모바일비즈니스 고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다름아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는 이제 통신뿐 아니라 모든 생활을 모바일비즈니스와 연계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를 모바일비즈니스 선진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전국에 불고 있는 무선인터넷 열풍은 「생활속의 인터넷」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CDMA이동전화 혁명에 이은 또다른 이동통신서비스 변혁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