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꽃」은 가정배달(택배)이다. 미래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21세기에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택배 산업이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예상은 점차 현실화 돼가고 있다. 택배산업이 그 끝을 모르는 채 초고속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택배서비스는 과거 사람들이 수작업을 통해 주문·배송 등을 해왔지만 이제는 인공위성과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신속·정확한 배송이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물류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m커머스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인터넷 화물추적시스템. 이 시스템은 주파수공용통신(TRS)이나 PCS·PDA,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으로 택배화물을 운반하는 차량을 추적하는 것이다. 배송차량에 이동통신단말기와 휴대형 정보단말기를 부착해 중앙전산센터와 연결함으로써 각 차량의 위치 파악과 배송중인 물품의 내역, 배송완결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의뢰받은 화물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거할 수 있는 차량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현재 배달중인 화물은 어디쯤 있고, 배달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등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이를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각각의 배송차량이 이동사무실 역할을 하는 셈이다. 때문에 기존처럼 배송 확인을 직원이 직접 회사로 돌아와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자사 택배차량이 배송 도중 주변지역에 집하할 물건이 있으면 언제라도 집하할 수 있다.
택배서비스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지난 77년 일양익스프레스가 DHL의 국내대리점 형태로 처음 국제간 상업서류 운송배달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택배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한진이 택배사업에 뛰어들고 흔히 「퀵서비스」로 불리는 오토바이 특송이 늘어나면서 부터다.
이후 대한통운과 현대택배가 각각 93년과 94년에 잇따라 시장에 참여하면서 택배업계의 3각 구도가 굳어지게 됐다. 이들 택배 3사는 전자상거래와 홈쇼핑의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운영시스템은 UPS, 페더럴익스프레스 등 세계적인 물류업체에 비해 턱없이 낙후돼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택배 3사들은 체계화된 운영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해외선진 물류업체들이 국내업체와 손잡고 본격적인 물류사업에 나서고 있어 국내 시장 구도가 순수 국내업체와 외국과 제휴한 업체들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 물류업체들은 현재까지 독자진출보다는 국내업체와 합작하거나 총대리점을 두는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으나 독자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들도 다수 있어 국내 시장을 둘러싼 물류업체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이들 해외업체가 전국적인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전국적인 유통망을 완성하게 되면 운영시스템에서 낙후된 국내업체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택배업체들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화를 키워드로 이들 택배 업체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통운(대표 곽영욱 http://www.korex.co.kr)은 스파츠(SPATS)라는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연간 3000만건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1건을 처리하는데 고객주문과 제품출하, 물류센터, 집화영업소, 화물터미널, 배달지역 영업소 등 최소 6단계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 처리되는 데이터는 1억8000만건이 넘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개인이나 일반기업이 화물을 접수할 때 스캐너를 통해 화물정보를 입력하면 메인시스템으로 이 정보가 무선전송돼 고객들이 즉시 인터넷으로 화물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보급돼 있는 휴대형 단말기의 경우 PCS와 접속해야만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한통운은 단말기 제조업체와 제휴해 PCS폰 기능을 내장한 일체형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중인 이 단말기는 오는 9월께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대한통운은 이 시점에 맞춰 자사차량과 직원들에게 이를 지급, 이용할 예정이다.
한진(대표 김인진 http://www.hanjin.co.kr)도 지난 96년부터 30억원을 투자해 택배신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한진은 특히 대한항공과 제휴해 고객이 국제택배의 배달 상황도 온라인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업계 최초로 웹방식의 택배 신정보시스템과 PDA및 PCS를 연계한 택배무선통신망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한진은 이 서비스를 위해 우선 1차로 1150대의 택배차량에 PCS와 PDA를 장착했으며 향후 4000여대의 대형화물 운송차량과 항만시설에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은 이와 함께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택배이용자들이 한진택배 메뉴에 접속해 예약 및 화물추적을 신청할 수 있는 택배주문서비스도 준비중이다.
현대택배(대표 윤영우 http://www.hlc.co.kr)는 하이덱스(HYDEX)라는 택배 종합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150여개 영업소와 본사의 주컴퓨터를 고속통신회선으로 연결시켜 전국 화물의 입출고, 화물분류, 화물추적 등을 완전히 전산화했다. 즉 소비자가 현대택배에 택배를 신청하면 현장에 간 영업사원이 그 자리에서 휴대형 화물정보수집기(핸디 터미널)를 이용해 입력한 화물정보가 주전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것이다.
CJGLS(대표 원종섭 http://www.cjgls.co.kr)는 한국통신 하이텔과 제휴를 맺어 CJGLS의 택배시스템과 한국통신 하이텔의 문자메시지 전송시스템을 통해 택배 이용고객이 자신의 화물이 어느 지점에 있으며 언제 화물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즉 이동전화 문자메시지로 화물의 운송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DHL(대표 배광우 http://www.dhl.co.kr)의 한국총대리점 일양익스프레스도 지난해 말 캐츠아이라는 최첨단 차세대 휴대형 무선 데이터 스캐너 400대를 도입했다. 고객들에게 발송물과 관련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DHL은 현재 캐츠아이내에 외국어 해석능력, 신용·스마트카드 결제 및 현장 레이블 프린트 기능 등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대형택배 3사 모두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위해 전자문서(EDI)시스템을 도입해 인터넷으로 접수한 주문 사항은 즉시 메인시스템을 통해 각 영업점으로 전송해 주문데이터의 실시간 입력과 주문내용 운송장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택배업계가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택배시스템 선진화를 추구하는 것은 국내 택배시장에 대기업들이 진출하거나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인데다 유통업체도 자신들의 택배사를 소유하는 등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물류정보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 페덱스 등 선진 외국물류업체에 비해 다소 미약한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시스템구축에 대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