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범한 직장여성으로 잡지 편집장에 불과했던 마스나가 마리가 일약 일본을 대표하는 디지털 혁명의 기린아로 성장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세계 최고 최강의 이동전화사업자인 NTT도코모가 그를 영입했을 때의 화제는 여성을 기획책임자에 임명할 수 있는가 라는 「저차원적인」 논란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동전화단말기로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모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일본 열도가 들끓었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를 능가하는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루 평균 3만∼4만명씩 가입이 폭증, 10개월여가 지난 지금에는 600만명을 가뿐히 넘어섰고 전세계적으로 NTT도코모의 성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현재의 노트북을 탄생시킨 도시바의 경우 이를 고안해낸 것은 엉뚱하게도 소비자상담실의 직원들이었다. 히트상품이 없어 고심하던 경영진은 신상품기획팀과 소비자상담실을 한데 묶어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다.
여기서 핵심역할을 수행한 것은 소비자상담원들. 24시간 도시바 PC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토론을 거쳐 노트북을 만들어내게 됐다. 초창기 도시바 노트북이 세계를 석권한 일은 유명하다.
노트북이나 아이모드의 히트는 책상머리에 앉은 채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하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은 분명히 변하고 있고 소비자 누구나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오직 기업,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속한 경영진, 기획실 등의 핵심인사들만이 모르고 있다. 통찰력이나 현장감이라는 단어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책상물림만 하고 있다가 위기니 구조조정이니 하며 떠들고 있다.
변하고 있는 세상과 시장의 한복판에 모바일 비즈니스(Mbiz)가 있다.
인간의 오랜 꿈은 공간 이동성의 확보다. 사람과 재화의 유통이 경제의 기본이라면 이를 언제 어디서나 해결할 수 있는 이동성의 확보는 꿈의 실현을 의미한다.
이미 전화가 이를 완수했다. 우리 국민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이동전화기를 들고 다닌다. 컴퓨터가 스탠드 얼론이던 시대는 갔다. 휴대형 노트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양대 정보단말기가 이동성을 확보했고 이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세계가 동시에 씨줄과 날줄로 물리는 이동 네트워크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시장은 새롭게 생겨난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시장규모와 성장속도가 그 누구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예를 한번 보자. 지난 2월말 현재 인터넷 사용자는 1300만명. 이동전화 가입자는 2400만명이다. 산술적으로 노트북과 이동전화를 통해 3700만명이 움직이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물론 기반은 인터넷이다. 3700만명의 새로운 「바잉 파워」가 탄생한다.
어디 이뿐인가. 경제활동 속도가 빛의 빠르기로 변하면서 시장 크기는 승수이론을 동원해도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진다. 주식투자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예전 같으면 직접 객장에 찾아가거나 급하면 유선전화로 거래를 했다. 하루에 한두번 거래가 고작이었다. 물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초고속인터넷으로 혹은 이동전화로, 차를 타고 가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필요하면 실시간으로 주식시세를 확인하고 사자팔자 주문을 내고 체결까지 한다. 소위 데이트레이딩이라는 것이 붐을 이루고 있고 가정주부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온라인 거래에 뛰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물리적인 시장의 양도 상상을 초월한다. 노트북과 이동전화가 전세계 규모의 거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동네 쌀집이라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면 잠재고객은 전세계인으로 확대되고 24시간 주문받을 수 있다. 누구나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경제의 축을 바꿀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문화를 포함한 우리 삶의 양태를 변화시킬 동력이 된다.
모바일 마케팅을 접목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다.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처녀지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말이다. 강자도 지배자도 아직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 열린 시장을 두고 뛰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