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램버스 D램시장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값이 비싼 반면 성능이 검증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데다 램버스 D램에 대한 강력한 후원군인 인텔과 메모리반도체업체간 불협화음으로 시장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초 올해 전체 D램시장의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램버스 D램의 시장전망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에 놓인 램버스 D램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NEC·인피니언·도시바 등 주요 D램업체 관계자들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인텔의 챈들러 공장에 모였다.
인텔이 긴급소집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모임에서 인텔은 램버스 D램의 증산을 요청했으나 메모리업체 관계자들은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인텔은 올해 말께 출시할 램버스 D램 지원용 CPU인 「윌라멧」의 공급확산을 위해 메모리업체들의 증산이 절실하나 메모리업체들은 초호황인 SD램을 생산하기도 바쁜 마당에 전망도 불투명한 램버스 D램 생산에 대해 대대적인 신규투자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높은 가격도 램버스 D램의 행로를 가로막고 있다. 램버스 D램은 SD램에 비해 2배 이상의 성능을 과시하고 있으나 가격은 3배 수준으로 시장에서 성능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다.
수요 또한 극히 일부의 고성능 PC에 치우쳐 있어 PC업체들은 값도 비싸고 수요도 아직 적은 램버스 D램의 채택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 경쟁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원활한 수급체제로 시장을 넓히면서 램버스 D램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향후 전망
그렇다고 램버스 D램이 차세대 메모리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다.
메모리업체들의 증산 거절로 체면을 구기기는 했으나 인텔은 여전히 램버스 D램의 강력한 후원자로 남아 있다.
인텔은 램버스 D램을 확산시키기 위해 D램업체에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주문물량 소화 등의 「당근」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눈치를 봐야 하는 메모리업체들도 조만간 시장상황이 바뀌면 램버스D램의 증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SD램도 최근 전반적인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램버스 D램과의 가격차이도 좁혀질 것이고 덩달아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2002년께 램버스 D램이 D램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애초 예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 시점이 내년께로 늦춰질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억달러에서 올해 3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봤던 램버스 D램시장이 10억달러대로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램버스 D램은 메모리업체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DDR SD램의 맹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 성패 여부는 D램업체들이 쥐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