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향기로워진다. 컴퓨터에 멀티미디어 기능이 더해지면서 컴퓨터는 사람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제는 컴퓨터가 사람의 코, 즉 후각을 자극하는 향 발현 시스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향 발현 시스템은 사람의 상태를 파악해 그에 맞는 향기를 만든 후 그 사람에게 뿌려주는 것이다.
향기는 단순히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미 기원전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이 식물 기름 향기를 이용해 사람의 병을 고친 것을 시작으로 그리스, 이집트, 로마 등 많은 고대 국가가 향기 치료를 해왔다.
근대 의학의 발달로 잠시 주춤했던 향기 치료는 20세기 접어들어 프랑스 의학자인 르네 모리스 가테포제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향기 합성 기술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컴퓨터 향 발현 시스템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향 발현 시스템은 크게 후각 물질을 확인하는 인코딩 시스템과 후각 물질을 뿌려주는 디코딩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인코딩 시스템은 샘플을 화학분석기를 이용해 성분을 분석한 후 많은 향 성분 중에 후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분만을 뽑아내 데이터로 만든다.
디코딩시스템은 이 데이터를 기초로 향 재현기에서 향 원료를 합성한 후 사용자에게 뿌려준다.
향 발현 시스템의 활용 분야는 매우 넓다. 앞서 말한 것처럼 향기 치료에 사용될 수 있고 영화관이나 가정용 TV, 게임기 등에 적용해 현실감을 높일 수도 있다.
예를들어 마우스에 손에서 나오는 땀이나 체온 등으로 사람의 몸 상태를 판단하는 센서를 달아놓고 이 센서와 향 발현 시스템을 연결하면 컴퓨터는 사용자의 상태에 맞는 향기를 뿌려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영화관에 이 시스템을 설치해 놓으면 전쟁영화를 상영할 때 매캐한 화약 냄새를 풍겨 마치 관람객이 전장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은 상당한 단계에 올라와 있다. 이 분야의 전문 업체인 이원이디에스는 휴대폰용 소형 향 발현시스템에서 PC에 장착되는 중형 시스템과 극장과 같이 대형 공간에 설치되는 대형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 개발을 완료해놓은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고양 꽃 박람회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한 PC 가상화원을 선보인 바 있으며 오는 8월 휴대폰용 향 발현 시스템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컴퓨터가 사람의 오감을 채워 말 그대로의 가상현실을 이뤄낼 날도 머지 않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