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특집>북한의 통신 및 전력 분야 SOC현황

북한의 경제는 지난 90년대 이후 마이너스 곡선을 그려왔다. 농어업 부문만이 4%대의 상승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산업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95년 농어업 부문에서마저 국제사회에서 식량지원을 받은 상태이고 에너지 부문을 비롯한 나머지 부문도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북한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의 생산량 감소와 외화부족으로 인한 원유구입 부진 등으로 북한의 에너지난은 갈수록 심화돼 전력생산 및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화국 창건 50돌을 사회주의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자」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지난 98년의 산업가동률이 20%대에 머무르는 등 경제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사상적 상징물을 제외한 분야의 경우 소규모 공사에 한해 진행되는 등 철도·도로·해운·항공은 물론 전력·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있어 대규모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로 밝혀지고 있다.

북한은 통신 부문에서 지난 98년 평안북도 평양∼신의주간 총연장 연 400㎞의 광케이블공사와 전화 자동화공사를 완료, 평양∼지방간 행정통신망을 정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시군구 사이의 통신시설 보강 외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 등 SOC 구축사업은 사실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전력 부문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8년 8년만에 처음으로 「전국 전력부문 열성자회의」를 열어 중소형 발전소 건설과 함께 기존 발전소 설비 보수 및 기술관리 개선에 주력해온 정도다.

이와 함께 「에네르기(에너지)관리법」을 채택해 생산·공급되는 에너지의 효율적 소비를 유도하고 당면한 에너지난을 완화해보려 했으나 이 역시 재정사정 악화로 인한 투자부족, 탄광의 심부화 및 탄질저하, 발전설비의 노후화 및 송배전 체계의 비효율성 등 구조적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성과는 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부문 인프라

사회주의 국가에서 통신은 당과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주민을 경제건설에 동원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시키는 기능을 한다. 북한은 남한의 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통신을 「체신」이라고 부르며 인민들의 통신 및 방송수요를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전신·전화·우편·방송 등 여러 가지 통신망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북한에서 통신은 전기통신(유무선·전신·전화), 우편통신(편지·소포·송금), 방송(유무선·라디오·TV) 등으로 분류되며 정무원의 체신부(개정헌법에 따르면 내각의 체신성)를 비롯해 체신관리국과 체신소·전신전화국·방송국 등에 의해 업무가 추진되고 있다.

즉 통신은 당 및 국가경제지도 기관들의 지도와 지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을 수행하는 대중교양 수단인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통신은 당과 정부에 의한 일방향 체제 유지 및 주민통제 위주의 행정지침, 지령, 사상교육 등의 수단과 반한·반미의 선전·선동 기능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체신의 현대화는 곧 통신·방송설비와 운영수단의 현대화』라면서 『사회주의 체신은 당의 노선과 정책을 제때 알려주고 그 관철을 위한 당과 국가의 통일적인 지도를 보장하며 인민 대중의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생활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개념을 기반으로 북한의 통신정책은 40년대의 개조단계, 50년대 복구단계, 60년대 정착단계, 70년대 근대화·국제화 시도단계를 거쳐 현재는 현대화 단계에 와있다. 북한지역의 통신망은 일제시대에 한반도의 공중전기통신망이 서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해방과 함께 국토가 분단되면서 다시 구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통신망은 평양을 중심으로 도→시군→리로 연결된 중앙집중체계로 구축돼 있으며 평양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동교환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전화는 3만∼4만 회선에 불과하며 읍당 전화기 보급도 1, 2대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 100명당 전화(유선) 회선수가 5회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통신시설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통신의 지휘수단으로서의 역할과 주민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봉사수단으로서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한다는 명목 아래 전신전화의 자동화와 능력확장 등 통신부문 현대화에 주력해왔다. 북한의 통신망은 현재까지는 주로 유선전화망을 구축하고 그 일부를 광통신망으로 구축하는 단계에 와있다.

최근 북한은 광섬유 케이블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96년에는 평양시의 전화분국들과 평성시, 동해안과 서해안 700여㎞를 연결하는 전화망으로 광섬유 케이블을 구축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위한 기본적인 통신망은 매우 불충분해 지난 95년에 평양과 함흥구간에 300㎞ 광케이블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평양과 남포 등 주요도시간에 광케이블 공사를 확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서북부 여러 구간들에서 광섬유 케이블에 의한 자동전화망이 속속 개통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평양∼신의주 구간 광케이블 공사를 완공하고, 평북도내 16개 시군과 3개 노동자구 사이의 광섬유 케이블공사 및 전화자동화 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이는 서북부 지역의 통신망을 보강함으로써 대내적 수요 충족과 함께 중국과의 국경무역 활성화 등에 따른 대외적 통신 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체신수단의 현대화를 위해 해외업체들과의 협력을 강조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진∼선봉지대 휴대폰 개통 준비사업(태국 록슬리그룹)은 현재 중단상태에 있고 외국인 기업은 일반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1000달러의 예치금을 내야만 가설될 정도로 통신시설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정보통신이 체제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남한과 비교해 볼 때 규모나 시설면에서 경쟁이 되지 못한다. 인터넷의 경우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북한의 컴퓨터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대해 중요성과 실용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이 전개하고 있는 통신 현대화 작업도 북한 인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차원의 체제유지에 활용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전력 부문 인프라

남한의 전원구조가 원자력·화력으로 돼 있는 반면 북한은 화력·수력 중심의 전원구조를 이루고 있다. 70년대에는 수력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으나 북한지역에서 생산량이 풍부한 석탄을 발전연료로 활용하고 발전소의 폐열을 생산공정이나 주택의 온수, 난방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화력 의존도를 높인 결과,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북한의 전원은 발전용량 기준으로 수력 53%, 화력 47%로 수력 의존도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수력의존적 발전구조가 갈수기와 양수기간 발전량 변동이 심하고 발전소와 소비지간 원거리 송배전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70년대 들어서면서 수력보다는 화력발전에 전력설비 투자를 집중한 결과였다.

북한의 발전설비는 생산원가가 저렴하고 자체 자원의존도가 높으며 화력발전 설비가 유사한 점이 많아 관리·유지와 부품 개발·확보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노후설비가 많고 석탄화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 300∼500㎸급 초고압 간선망이 형성돼 있지 않아 지역간 전력융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석탄사용량 증가로 수송난마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90년대 들어 북한의 전력상황은 심각하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북한의 발전설비는 739만㎾에 불과하고 이들 설비의 이용비율은 33%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갈수록 노후되는 발전소에다 발전소의 연료사정도 나빠져 발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98년 발전량은 170억kWh로 남한의 12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북한의 송배전체계 역시 발전체계와 마찬가지로 낭림산맥을 경계로 동서가 서로 격리돼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동부는 두만강 수계의 수력발전소와 웅기·청진화력발전소 연안을 경유, 함흥지역의 발전망과 이어지고 일부 원산과 휴전선지역을 잇는 직선망이 형성돼 있다. 서부는 압록강 수계의 수력발전소와 평양 북창화력발전소를 잇는 환산망 형태의 송배전체계로 구성돼 있다. 수력발전의 비중이 높아 풍수기에는 동부에서 서부로, 갈수기에는 서부에서 동부로 송전되는 추세를 보인다.

북한의 기간 송전계통 전압은 220㎸, 154㎸, 110㎸ 등으로 구성돼 있고 일부에서는 500㎸로의 격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송전계통은 110㎸와 66㎸로 1차 배전전압은 3.3㎸, 계통주파수는 남한과 동일한 60㎐로 구성돼 있다.

송배전망은 전반적으로 설비가 낡아 전력 송배전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6·25이후 지중에 매설된 송전라인은 절연처리가 안돼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