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특집>중소 전자 부품업체 남북 경협 추진 상황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중소 전자부품업계의 남북 경협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이미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자조합에 따르면 한국단자공업·삼홍사·극동음향·제일물산 등 이미 북한에 진출한 4개 업체를 비롯해 한국코아·인터엠·기라정보통신 등 신규 투자를 원하는 3개 업체 등 7개 업체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6월말이나 7월초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

이들은 북한을 방문해 북한내 삼성·LG전자의 TV 조립공장에 필요한 부품을 현지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부품 생산 규모와 수를 늘리는 한편 공동 물류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의 질이 뛰어나고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에서의 임가공 사업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되다시피했던 남북 경협 사업이 다시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황 및 전망 =전자 부품 분야의 경협은 당분간은 북한내의 수요를 겨냥한 사업보다는 국내에서 진출한 세트업체와 연계, 부품 생산을 추진하거나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 임가공 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의 전자산업이 국내에 비해 워낙 낙후돼 있는데다 전력 등과 같은 사회간접시설(SOC)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 전자부품 업체들은 지난 97년 8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임가공 계약을 체결한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북한에서 임가공 사업을 조심스럽게 벌여왔다. 조합 회원사중 극동음향·한국단자공업·삼화텍콤(구 삼화전자공업)·제일물산·삼홍사 등 5개 업체가 북한 대동강공업단지내 조립공장에서 인터폰·마이크·코일·커넥터 등의 전자부품을 임가공하고 있다.

이같은 임가공 사업은 한때 서해교전으로 중단되기도 하는 등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조합은 경협 사업의 북한측 파트너인 삼천리공사측에서 물량을 늘려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데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신규 투자 희망 업체가 늘고 있어 앞으로 임가공 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조합은 이번 남북 경협 사업 확대를 통해 올해 임가공 실적 목표치를 지난해 20만달러에서 2배 정도 늘어난 40만달러로 올려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사양화하고 있는 저부가 품목의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전자부품 업체들이 늘고 있어 이들이 남북 경협 활성화를 계기로 동남아 대신 북한을 생산거점으로 선택한다면 전자부품 업체들의 경협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점 =남북 경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이 물류 문제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직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공해상을 경유해 북한에 임가공 재료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남아 국가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물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에서 부품을 임가공하는 한 전자부품 업체 관계자는 『북한에 임가공 재료를 보내는 비용이 홍콩에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역시설과 통신시설, 전력 등의 SOC 미비, 현지 체류의 어려움, 투자보장 미흡 등은 북한의 우수하고 값싼 노동력을 상쇄하는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남북 경협 사업이 직접 북한과 교류하는 형태가 아니라 조합·삼천리총회사 등의 중간 단계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현지 사업 타당성 조사가 어려워 본격적인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단자공업의 관계자는 『북측에서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꾸준히 요구해오고 있지만 북한의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확실한 투자조장이 이뤄지지 않아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남북 경협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무관세에 가까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우회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