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서 생산된 전자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산 전자제품 가운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TV다. 최근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실향민들이 북한산 TV를 선호해 이전에 들어온 제품은 모두 판매됐지만 LG전자가 지난 4일 추가로 2000대를 들여온 데 이어 삼성전자도 이달말부터 북한산 컬러TV와 전화기 등을 판매할 예정이어서 국내 전자업체간 북한산 전자제품 판매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북한산 TV는 지난 96년 LG전자가 북한과 임가공형태로 생산한 제품이다. 첫해인 96년에 1만5000대가 반입된 이후 97년 1만5000대, 98년 2만대, 99년 1만5000대가 들어와 판매됐다.
올해엔 지난 4월 2000대가 반입돼 모두 판매된 데 이어 지난 4일 추가로 2000대가 들어와 LG전자의 구미공장으로 옮겨져 외관·성능·진동낙하시험·안전규격심사 등의 품질검사를 받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TV(모델명 CN-20F7)는 LG전자가 TV부품을 평양시 사동구역 삼골동에 위치한 「대동강 애국천연색 텔레비전공장」에 공급, 조립한 20인치 제품으로 품질은 국산과 동일하며 가격도 국산 LG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은 품질검사가 끝나는대로 LG대리점에서 판매된다.
LG전자는 올해 1만5000대의 TV를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92년부터 북한에서 모직의류 임가공사업을 통해 매년 1000만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북한내 주요 공공장소에 「아태 삼성」이라는 TV 전시대 100세트를 설치 완료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컬러TV·카세트오디오·전화기 등에 대해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이달말부터 20인치 컬러TV 2000대를 1차로 들여와 시판에 나설 예정이며 앞으로 연간 2만대 이상을 국내에 시판할 계획이다. 이밖에 전화기와 카세트도 각각 24만대, 12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며 하반기 내로 모니터·스피커 등으로 전자제품 임가공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이 이달말부터 판매에 나설 북한산 TV는 20인치 한개 모델로 가격은 20만원대이며 브랜드는 삼성, 생산지는 평양, 그리고 원산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표기된다. 삼성은 매달 4000∼6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은 또 지난 3월 북한 「조선 콤퓨터센터」와 소프트웨어 공동협력개발센터를 설립, 앞으로 문서요약·리눅스애플리케이션·문자인식SW·무선단말용 게임·남북단일 워드프로세서 등을 개발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 소프트웨어도 국내서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지난 96년부터 LG전자와 대북사업을 추진해온 LG상사는 TV합영공장 외에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자전거공장 조립사업을 펼칠 예정이어서 머지않아 북한산 자전거도 판매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실제로 판매됐거나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북한산 전자제품은 20인치 컬러TV와 카세트·전화기 등 비교적 간단한 제품이지만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생산 품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