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품귀 조짐

올 여름에는 극심한 에어컨 품귀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무더위가 예년에 비해 무려 1개월 가까이 빨라진데다 장마도 짧아 한여름 불볕더위가 길어질 것이라는 기상예측이 나오면서 에어컨 수요가 폭증해 벌써부터 품절되는 모델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날씨가 서늘해 에어컨 수요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에어컨 업체들이 내수용 에어컨 생산을 조기에 종료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온 터라 지금으로서는 추가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올해는 에어컨 공급부족 사태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수요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20만대 늘어난 1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LG전자·삼성전자·만도공조 등 주요 에어컨 업체들이 올해 생산계획으로 잡아놓은 물량은 총 100만대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에어컨의 경우 특정 부품의 수급기간이 2개월 가까이 걸리는 만큼 추가생산을 위해서는 최소한 지난달에는 주문을 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추가생산이 여의치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 에어컨 수출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수출용 에어컨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내수용 에어컨을 추가 생산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최근 무더위로 인해 대리점 주문이 하루 1만대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크게 늘자 당초 오는 8월까지 순차적으로 생산할 계획이었던 물량을 미리 앞당겨 생산하고 재고로 확보해 놓은 자재를 총동원해 추가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올해 생산계획으로 잡아놓은 45만대 가운데 38만대 정도를 이미 생산해 출고한 상태라 앞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많아야 10만대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올해 총 40만대의 내수용 에어컨 생산계획을 세웠으나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에어컨 생산을 종료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온데다 올들어 수출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어 내수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에어컨은 당초 계획했던 물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도공조도 올해는 에어컨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생산물량을 지난해보다 줄여잡는 등 에어컨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대우전자와 캐리어 등 나머지 업체도 각각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8만대 정도씩의 생산계획을 잡아놓고 있는 실정이라 추가 생산에 나서더라도 그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