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특집>통신업체들의 대북협력 움직임

그동안 남북한의 통신협력은 정부당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교류라기보다는 민간기업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통신 교류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당국의 협력에 입각한 교류차원으로 승격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은 이산가족의 서신 교환과 이산가족 사이의 통화 등 비정치적인 부문. 북한이 통신에 대해 보안을 이유로 폐쇄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상호간 통신교류는 다른 경제협력 분야보다 상당한 시일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예상되는 통신협력 부문은 제한적인 통신교류로 그나마 비정치적인 부문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는 북한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통신 관련 인적·물적 교류, 북한 통신망 현대화사업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대북경수로사업, 금강산관광산업, 나진선봉지구 개발, 국내 기업들의 임가공 무역에 나서면서 북한과 통신 관련 협력방안에 대한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해왔다.

현재 남북한 당국은 남북 당국자간 직통전화를 증설하고 보도진용 통신회선을 확보하는 등 정상회담에 대비한 통신분야 준비를 마쳤다.

한국통신 SNG 요원을 주축으로 하는 통신기술실무팀은 이미 평양을 수차례 오가며 정상회담에 따른 통신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통신분야에서는 한국통신과 온세통신이 북한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 2월 29일부터 3월 4일까지 관계자 5명을 평양으로 파견, 북한 통신회사인 조선체신회사와 북한통신망 현대화사업 참여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한국통신은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5년 전부터 북한 통신망 현대화사업 참여를 추진해왔으며 최근 평양을 방문해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현재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수준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이 계획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신뢰구축 정도에 따라 추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남북간 통신교류는 당국자간 직통전화 외에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에 8회선, 온세통신이 운용하는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통신회선을 통해 제한적인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온세통신은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 활기로 이미 북한에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 온세통신은 온정리 온천장 4회선, 장전항 건설현장 2회선, 현대 아산사무소 2회선 등 총 8회선을 관광사업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단계로 이동전화 기능을 추가한 디지털 유무선복합 통신장비를 4회선 규모로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북한과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강산 지역 일부에 환경보호 목적으로 무선망을 통한 통신망 구축계획도 세우고 있어 협상 여부에 따라 이동전화의 북한 상륙도 기대해볼 만하다.

온세통신은 또 북한과 공동으로 현대가 개발중인 서해공단 지역에 위성망을 이용한 통신망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K그룹은 손길승 SK텔레콤 회장의 북한 방문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SK그룹은 에너지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협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특히 손 회장이 북한방문 수행단에 민간기업대표자격으로 포함돼 있어 남북간 정보통신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남북한 통신협력 계획은 지난 90년대 만들어진 「남북통신협력강화계획」이라는 세부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책안은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남북간 통신협력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 민간중심으로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정부차원의 통신교류보다는 한국통신 등 민간기업이 북한 통신망 현대화사업 참여나 경협의 수단으로 부분적인 기업간 통신교류라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통신분야의 협력에 대해 아직까지는 부정적이다. 정통부는 과거 독일 통일과정에서 통신과 언론의 교류가 경제협력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졌던 것처럼 남북교류에서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체제 특성상 통신개방은 곧 전면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실대로라면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남북 주민간 직접적인 통신교류보다는 정부를 매개로 하는 이산가족간 제한적 통신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한 경제협력 중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일 수 있는 분야는 북한의 전화보급사업이다. 특히 주민 대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 보급에 통신회사들이 앞장선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의 공중전화는 다이얼 자동식과 수동식 2종류가 운영되고 있다. 평양은 자동식이나 기타 지역은 전화교환원이 상대방을 연결해야 통화할 수 있는 수동식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나마 통신선로가 노후해 감도가 불량하고 잡음이 들리는 등 통화상태가 좋지 않다.

공중전화는 10전(한화 60원 상당)짜리 동전을 투입하면 3분동안 사용할 수 있으나 공중전화소에는 전화번호부가 비치돼 있지 않아 우리의 「114 안내전화」에 해당하는 「시내 자동전화번호안내 128」에 문의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반면 개인전화는 초급당 비서 이상의 당·정 간부와 특급기업소 지배인 또는 재력이 있는 화교나 북송 일본인 교포 등 특정계층들이 제한적으로 보유할 정도로 신분이나 부를 과시하는 징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이같은 열악한 북한 통신망을 개선하기 위한 공중전화 보급 및 공중전화선로 확장에 나선다면 손쉽게 북한 통신사업 본류에 합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