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2002년 완전 민영화 파장과 전망

정보통신부와 기획예산처가 국내 최대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통신을 오는 2002년까지 완전 민영화한다는 계획을 협의중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통신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은 여타 민간사업자와는 달리 공기업으로 국가 기간망을 운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의 완전민영화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당초 오는 2001년 완전 민영화 계획을 논의하겠다던 정부가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 시점에 최종 민영화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조기 민영화 논의하나=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다. 한국통신은 한솔 인수전에 뛰어 든 이래 줄곧 『공기업 민영화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경쟁사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진통 끝에 한솔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이같은 비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무마하기 위해서 한국통신의 조기 완전 민영화 계획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기획예산처와 정통부, 한국통신이 당초 합의한 민영화계획 어디에도 2002년까지 정부지분 완전매각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 않았고 그같은 논의조차 없었다.

정통부는 민영화 일정 확정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해외 전략적 제휴에도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한솔인수를 계기로 논의가 촉발된 것만은 분명하다.

◇일정은 어떻게 되나=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수립된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올해 말까지 정부 보유지분 59%를 33.4%로 줄이는 것이다. 반면 우리사주 및 기관, 일반인들로 구성된 내국인 지분율은 현 21.6%에서 33.6%로 높이고 외국인 지분도 19.3%에서 33%로 확대한다.

외국인 지분의 경우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 13%, 국내 증시 5% 매각, 해외 유수 통신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15%를 처분하도록 되어 있다. 전략적 제휴 지분은 구주 5%를 매각하고 신주 10%를 발행하는 형식이 된다.

정통부와 기획예산처의 최종 계획은 금명간 확정될 계획이지만 일단 2002년 상반기까지 정부지분을 모두 매각, 완전 민영화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올해 말 정부가 보유하게 될 33.4%의 지분을 어떤 형식으로, 어떤 가격에,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구체적 세부내용은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 인수를 공식 발표하는 12일 혹은 13일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 있나=상당한 논란이 수반될 전망이어서 실제로 한국통신이 완전 민영화될 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난 IMF체제하에서 졸속으로 입안된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판에 국내 기간망 운영사업자인 한국통신을 민영화할 경우 찬반 양론으로 갈려 격렬한 논쟁이 일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지난 4.13 총선 당시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외자 유치를 둘러 싸고 야당으로부터 「헐값에 국가 재산을 팔아 치웠다」는 이른바 국부 유출론에 시달린 정부가 과감한 시장 경제체제 정립을 겨냥한 한통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반론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 보유 주식을 외국인이 아닌 국내 기업에 매각하는 조건을 달더라도 이를 인수하는 기업은 국가 신경망인 통신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것은 물론 수익성에서도 알짜배기를 손에 쥘 수 있어 말 그대로 공룡기업화되고 이 경우 특혜시비, 경제력 집중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통신의 정부 지분을 인수할만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봐야 현실적으로 3∼4개 재벌기업 뿐이다. 또 한통이 민영화되면 경쟁 관계에 있거나 한통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수많은 민간 기간통신사업자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통신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공익성 사업의 지속 여부다. 한국통신은 산간도서벽지 등 수익성이 전혀 없는 지역에 통신망을 가설하고 유지보수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민간기업으로 신분이 바뀔 경우 통제할 수단이 없다.

◇구조조정 완결판인가=지금까지는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의 주인찾기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이 완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한국통신의 경영권을 넘겨 받는 기업이 통신시장 최강의 거대기업으로 등극하게 되고 그제서야(2002년) 구조조정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통신망을 보유, 민간기업들의 인수경쟁이 치열한 파워콤과 한통의 완전 민영화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만약 정통부 계획이 확정된다면 2002년에는 한국통신과 파워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재벌들의 혈투가 예상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