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MT2000 잔치에 우리가 빠질 순 없다.」
국내 IMT2000 사업자 선정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외 장비업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에릭슨의 경우 기술이전, 국내 생산 등의 당근을 제시한데 이어 LG정보통신과의 제휴를 이끌어내 집념을 엿보게 했다. 또 다른 해외장비업체는 국내 진출만 보장된다면 국내장비사의 최대 관심사인 로열티 부문도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정부, 사업자, 장비업체 등을 겨냥한 전방위 로비에 착수한 셈이다.
국내 IMT2000 장비 공급과 관련, 가장 시장에 근접해 있는 후보군중의 하나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노텔네트웍스 등 북미 대형 통신장비업체를 꼽을 수 있다. 이들 회사는 지난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엑스포콤 와이어리스 전시회에서 나란히 비동기식 IMT2000시스템을 전시,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들이 동시에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을 선보인 것은 동기식 시스템 전문업체라는 국내의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 이 전시회에서 루슨트와 노텔은 동기식과 비동기식 시스템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이들 업체가 차별화포인트로 내세운 점은 데이터통신, 음성통신 등 IMT2000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퀄컴의 경우 IMT2000 표준과 핵심 칩에 특화돼 있고 에릭슨은 이동통신시스템보다는 단말기 분야에서 더욱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MT2000은 무선통신기술도 중요시되지만 최대 2M의 데이터 패킷이 전달돼야 하므로 이전 이동통신시스템에 비해 광통신망 기술과 데이터 처리기술 등 코어 네트워크 기술보유 여부가 관건이다.
루슨트와 노텔은 100년 가까이 통신장비를 제조해온 경험이 있고 최근 1, 2년 동안 공격적으로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인수, 데이터 통신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IMT2000이 무선통신기술과 광통신기술, 데이터 통신기술을 망라한 차세대 통신방식이라고 볼 때 이 점은 확실한 매력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루슨트와 노텔이 무선통신 시스템 사업과는 달리 단말기 사업부문이 없다는 점도 약점보다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CDMA단말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와 「단말기=국내업체, 시스템=노텔, 루슨트」의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 분야로 시장을 확대코자 하는 국내장비업체의 입장에 따라 이 그림의 완성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기술력보다도 정부, 국내 통신사업자 및 장비업체와의 관계를 꼽고 있다. 특히 한국루슨트의 경우 지난 79년 국내 진출 이래, 80년 LG그룹과 금성정보통신(현 LG정보통신)과 합작, 94년 합작청산 등 국내 관계를 돈독히 해온 것이 가장 큰 자산일 수 있다는 게 외부 시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 장비업체들의 기술력 차이는 사실상 그다지 크지 않다』며 『이런 측면에서 국내산업계와의 관계 정립여부가 이들 업체의 한국행 IMT2000열차 티켓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