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뉴미디어 산업의 M&A와 기업가치 평가

휴맥스미디어 성열홍 사장

<필자 소개>

86년 미국 뉴욕대 텔레커뮤니케이션학

87년 뉴욕 케이블TV 근무

88년 NBC 올림픽 스포츠 근무

90년 삼성그룹 제일기획 뉴미디어 팀장

95년 삼성영상사업단 방송전략 팀장

99년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 언론학(매체경제학) 박사

99년 중앙일보 Q채널 사업부장

2000년 ∼ 휴맥스미디어 대표이사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인터넷, 디지털 위성방송, 웹TV, DTV 등 제3세대의 뉴미디어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미디어 업계의 무한경쟁과 급격한 질서개편이 예상된다.

제1세대 미디어는 정보, 영상, 소리 등을 인쇄, 전파·전화통신 등을 통해 중계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중계미디어시대(∼1939년)였다. 제2세대 미디어는 멀티미디어시대(1939∼1994년)로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등이 결합돼 컬러TV, 아날로그 위성방송, PC통신, 케이블TV 등의 미디어 기술을 통해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 시대를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제3세대 뉴미디어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1994년 무렵부터 디지털 압축과 복원기술, 휴대통신 및 동영상 기술 등이 멀티미디어에 적용되면서 발전됐고, 궁극적으로 통합미디어 서비스(convergence service)의 제공을 지향하고 있다.

제3세대 뉴미디어의 태동은 디지털 혁명에 기인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신석기시대(B.C 7000년경)의 농업혁명, 17∼18세기의 산업혁명에 이어 인류역사상 3번째의 혁명으로 분류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지식과 정보라는 변화 주도 요인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망 등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불과 30년만에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물리력(군대)을 변화 주도 요인으로 했던 농업혁명의 파급은 5000년, 경제력(기업)을 변화의 주도 요인으로 했던 산업혁명은 약 200년이 소요됐다.

디지털 혁명과 기술의 보급이 제3세대 미디어 사업운영구조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기업간의 이합집산, 즉 M&A와 전략적 제휴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업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산업의 불확실성, 불연속성(discontinuity)에 의한 리스크의 증대라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적과 동지, 가치관, 전통적인 생산과 유통, 소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재미와 즐거움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등장하고 있고 게임과 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N세대가 사회의 주도적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미디어 기업도 이를 수용하기 위한 유연성(flexibility)의 확보가 필수적으로 됐다. 이러한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M&A와의 전략적 제휴가 발생한다.

지난 5월 1일, 월트 디즈니와 타임워너는 프로그램 편성과 수신료 인상에 대한 상호갈등 끝에 방송중단이라는 초유의 분쟁을 야기했다. 이번 분쟁은 콘텐츠업계의 대표주자인 월트 디즈니와 콘텐츠 유통업계 선두인 타임워너간 미디어 업계의 주도권을 놓고 벌인 대결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동지와 적의 관계가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가 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산업은 기술력과 함께 점차 인적자원의 창의력(creativeness)이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등장하고 있어 아이디어와 창의력만 있으면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에 기반을 둔 뉴미디어 산업의 경우 기술의 보편화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아짐으로써 시장에는 많은 경쟁기업이 존재하게 됐다. 그러므로 특정 미디어 기업이 단독으로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자를 상대하거나 막대한 R&D 혹은 시설투자를 감당하기가 매우 위험하고 어렵게 됐다. 따라서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형성된 연합군(alliance)별로 시장에서의 선점과 고착(lock in), 표준을 장악하는 형태로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발전하고 있다.

대형 미디어 그룹의 M&A와 전략적 제휴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자신의 분야에서 차별화된 우위를 확보한 강자끼리만 제휴의 파트너가 됨으로써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성을 실현시키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미디어 빅3로 불려지는 AOL 타임워너, 월트 디즈니, 뉴스코프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방송과 인터넷을 결합해 토털 뉴미디어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와 콘텐츠 확보를 추구하고 있으며, 전략적 제휴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AOL은 시장에서의 경쟁자인 AT&T가 ISP와 미디어 산업에 적극 진출하는 데 큰 위협을 느끼고 대응전략으로 통신사업계의 강자인 밸 애틀랜틱, SBC, 아메리테크 및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영화와 방송, 창의적 콘텐츠, 테마파크를 4대 비즈니스 영역으로 설정하고 전 사업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 속에서 펼치기 위해 디지털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는 AOL, 타임워너에 비해 인터넷 서비스의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따라서 디즈니와 야후의 합병이 강력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야후 역시 디지털 최고 브랜드 파워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1999년 이후 지오시티와 브로드 캐스트(방송미디어)를 인수해 방송분야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뉴스코프는 호주, 영국, 미국, 홍콩,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자신들의 우산 속에 두는 글로벌 미디어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 그룹 역시 NBC와의 합병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MPP, MSO, 위성방송사업 등 동일한 영역을 갖고 있는 제일제당과 온미디어의 전략적 제휴 움직임도 강자끼리의 제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의 확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빅3의 전략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합병을 위해 해당 기업에서는 사전에 합병의 성과와 시너지를 예측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합병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율성을 사전적으로 평가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국내 미디어 기업과 같이 대부분 비상장기업의 경우 합병시 기업의 자산평가 방법과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매우 모호한 실정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의 가치가 시장가치를 대체로 반영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자산의 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둘째, 재무이론적 관점과 기업간 접근되는 합병기업의 목표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대체로 합병기업의 성과를 논의할 때 합병기업의 재무제표상 순이익을 경제적 이익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목표 혹은 기업합병의 목표로 매출액, 시장 점유율 또는 당기순이익의 신장 등 단편적 지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현대의 재무이론적 관점에서는 합병기업의 성과를 단순한 매출증대나 자산규모의 증가에 두지 않고 기업가치의 변화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업합병시 투하되는 자본의 크기에 비해 창출되는 영업현금흐름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에 못 미친다면 기업합병의 효과는 기업규모의 확대라는 의미 외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기업합병에 의한 가장 큰 경제적 효율성으로 꼽고 있는 시너지효과에 대한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이에 대한 측정방법이 어렵다는 점이다. 시너지효과는 합병에 의한 상승작용으로 발생하는 기대이익 또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시너지효과는 기업가치의 측정을 전제로 파악할 수 있는 부가가치로 판단된다. 시너지효과는 수익성과 함께 효율성 증가의 개념이 포함된 복합개념이기 때문이다.

합병의 성과로 논의되고 있는 기업가치란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의 현금흐름 크기, 발생시기, 지속기간 및 불확실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미디어업계의 M&A시 가장 유용한 실증적 사전평가의 방법은 미래현금흐름 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으로 볼 수 있다.

미래현금흐름 할인법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이익은 현재의 자산을 활용하여 미래에도 이익의 흐름이 지속된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합병 이후 일정기간의 미래 영업현금흐름을 산출한 뒤 이를 투여된 자본비용과 위험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PV:Present Value)를 구함으로써 시장부가가치(MVA:Market Valued Added)인 기업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합병시 자신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며, 합병기업의 시너지를 사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미디어로 기존의 미디어가 변화되면서 시장에서의 M&A와 전략적 제휴는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기업의 합병성과는 영업적 시너지효과와 재무적 시너지효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영업적 시너지는 통합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증가와 중복자원의 재배치(편성, 제작, 영업, 기술, 송출 등)에 의한 고정비용의 절감, 고정자산 투자비의 감소 등의 요인이 발생해 기업가치의 상승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재무적 시너지는 합병 기업 내에서 상호 재무적 편익이 실현되어 효율적인 내부자본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재무 레버리지(leverage)를 개선시켜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M&A가 합병기업의 현금흐름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대개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중복자원의 재배치)이 미약할 경우 단순한 기업확장 수단에 그치고 만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합병의 실패에 대한 사전적 요인으로 첫째, 피인수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의 평가와 그에 대한 사전 분석의 결여, 둘째, 분명한 경영전략이 없는 상태로 최고경영자들의 직관에 의한 무리한 합병추진, 셋째, 시장잠재력과 시너지 과대평가, 넷째로 과도한 인수금액의 지불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사후적 요인으로 합병기업의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갈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