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무선 인터넷 열풍, 방향은 있는가

이백용 바이텍사장 baiklee@bitek.co.kr

인터넷의 보급확대에 따른 사회전반의 변화는 성숙기에 도달하고 있다. 초기 닷컴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뒤로 하고 모든 경제사회 주체들이 인터넷 이용을 서두르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한 영화에서 마피아들도 웹사이트를 가지는 것이 어떻겠냐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오늘날 인터넷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온 경제사회적 효과는 정보의 수평화를 통한 가치 사슬의 해체로 요약될 수 있다. 유통채널이 공급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가 유통점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유권자가 대선 후보자들을 보다 강력하게 모니터링하게 되었고, 관객이 영화를 조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선인터넷은 인터넷을 무선 환경으로 확장하는 것이지만, 단순한 무선접속 기술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과 세계 인구의 20%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그 가운데 90%는 3년 내에 무선인터넷 단말기로 대체될 것이다. 또한 향후 인터넷 트래픽의 50% 이상은 무선기기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무선 인터넷이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가지는 경제사회적 효과는 「언제-어디서나(anytime-anywhere)」라는 가치로 요약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개별 사용자가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에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수평화를 뛰어 넘어 정보의 접점화가 이루어 짐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개인차별화, 맞춤형서비스, 위치기반서비스, 실시간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언제-어디서나」라는 표현은 특정 기술에 대해서 사용되어진 경우가 없었던 절대자만의 특성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무선인터넷이 이제는 신의 영역까지를 침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이 실제로 완벽한 「언제-어디서나」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많지만, 산업 전체의 목표가 그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들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변화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경영자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러한 표현에 두려움이 있다.

과거 합리주의·과학주의 전통 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서구 기술문명은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겪으면서 심각한 사상적·문화적 위기를 불러왔다. 기술의 발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으며,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가히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TV와 신문 광고를 보면 무선인터넷과 IMT2000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지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 특히 미디어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다. 인류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풍성한 사회로 만들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친숙해 지고 나면 지배계층의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무선인터넷이 가져올 낭만적인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현 추세에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이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메트릭스」 같은 영화를 통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가지고 올 암울한 미래상을 조금은 그려 볼 수 있었다. 조만간 통신을 장악한 누군가가 일종의 신으로 군림하게 되는 날이 도래할지 누가 알겠는가.

폐 단말기, 유해 전자파 등의 실제적인 문제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유선인터넷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유출과 악성 콘텐츠 등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완전한 기술은 없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100% 효율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폐기물과 문제들이 동시에 산출되고 그것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경제 사회적인 것일 수 있다.

무선인터넷 강국이 되기 위해 업계·정부·소비자 모두는 신기술의 적극적인 채택과 활용은 물론, 제반 문제들에 대한 보수적인 논의들도 함께 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21세기 통신대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보다 깊고 통합된 차원의 논의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