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에 인터넷 콘텐츠나 프로그램 무단복제와 관련한 법적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분쟁조정위를 통해 처음으로 합의조정이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건은 합의조정 건의 후 한달만에 무료로 처리돼 앞으로 이같은 분쟁조정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이같은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처리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되고 몇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원장 최태창)은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된 지 2개월만에 K사와 C사간에 문제가 됐던 네트워크 프로그램 무단사용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어떤 사례였나=의약품 네트워크 회사를 운영하는 K사는 K사 엔지니어였던 O씨가 퇴사 후 동일한 업종을 운영할 목적으로 C사를 설립, K사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사전동의 없이 사용하고 K사 전임사장이던 T씨와 웹호스팅 서비스와 관련해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조정신청을 냈다. 반면 C사는 K사에 이미 프로그램 소스까지 돌려주고 K사와 체결한 계약은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치 않아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분쟁조정위는 법무법인 송경한 변호사, 리 인터내셔널 국제특허사무소 허정훈 변리사, 경찰대 법대 장문철 교수로 구성된 3인의 조정인으로 담당 조정부를 열고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출석시켜 조정을 진행했다.
◇어떻게 결말이 났나=담당 조정부는 「본 건 계약은 상법 제398조에 의거, 자기 거래에 해당해 무효이므로 당사자들은 서로 지급한 서비스료를 상계하고 C사와 K사 프로그램을 비교했을 때 개작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K사의 청구는 이유없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마련했다. C사와 K사는 조정안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합의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시간적·재정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또 최근 늘고 있는 인터넷 분쟁사례에 대한 민간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진흥원은 지금까지 9건의 조정 신청이 접수됐으며 조정 합의 1건, 조정 불성립 2건, 나머지 6건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의미를 갖나=우선 최근 늘고 있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업체간 분쟁을 법적 해결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사전조정을 통해 해결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분쟁 당사자는 시간적·재정적 부담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올렸다. 특히 이번 사례는 대부분의 분쟁건이 사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데 반해 중재기구를 통해 해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중재기구가 내놓는 조정안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나 전문가들로 구성돼 법적 판결 못지않은 조정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법률·정보통신기술·소비자보호전문가 등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되고 조정기한은 1개월, 비용는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조정절차도 인터넷이나 e메일·팩스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같은 인터넷 분쟁해결기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