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거는 IT업계의 기대

역사적인 6·13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자정보통신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대북한 투자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통신·전력부문의 인프라 구축과 남한의 첨단기술 및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북한의 생산시스템 등 사업상의 장점을 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남북이 합심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오강현(특허청장)=우리 민족사의 새 장을 여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마감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교류 등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또 이를 계기로 남북 상호간 산업재산권에 대한 교류와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계철(한국통신 사장)=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간 통신협력의 문이 활짝 열려 한국통신이 쌓아온 첨단기술력과 노하우가 커다란 기여를 해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길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윤식(하나로통신 사장)=분단 55년만에 처음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큰 성과를 거둬 온겨레의 소원인 통일을 이루는 데 큰 족적을 남기길 바란다.

또한 조속히 남북한의 정보통신망을 연결해 이산가족을 포함한 남북 모든 동포들이 자유롭게 서신교환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정문술(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일단 무조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전자부품 생산은 물론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 등은 잘만 하면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는 단순한 거래의 의미를 넘어서 공동개발을 통한 인적교류(스킨십)가 가능해 유대감 조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규(한국원자력연구소 박사)=역사적인 남북정상들의 만남으로 남북한간의 과학분야의 교류가 점차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반세기 이상의 분단으로 단절된 한반도의 생물(동식물)의 상호정보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생태계는 세계적으로 생태보존지역의 가치가 인정된 만큼 공동조사를 통해 남과 북이 21세기 환경친화적 산업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장기형(대우전자 사장)=남북한간의 지속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통합을 이뤄야 할 것으로 본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대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전자는 지난 96년부터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인력 등을 활용하고자 남포공단내 전자공장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육로가 아닌 인천에서 남포까지의 과다한 물류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을 보류한 바 있다. 따라서 남북간 육로만 개척된다면 가전부문의 남북경협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규섭(에이팩 사장)=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지 어언 반세기를 보내며 그동안 형식적인 남북회담이 몇번 있었을 뿐 자율적으로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사건이 오늘 이루어진다 생각하니 가슴속 한맺힌 민족의 일원으로서 흥분된 감을 감출 수 없다. 우리가 의도했던대로 남북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산업화의 촉진제로서 국제적인 신인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덕훈(켄아이씨 사장)=북한이 컴퓨터 관련 기술력은 갖추고 있지만 경제 전반이 낙후돼 있는 만큼 상호협력분야는 많다고 본다. 특히 컴퓨터업계가 가격경쟁력을 위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속속 건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보다는 북한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개별적으로 북한에 진출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김동균(서창전기통신 사장)=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이 상징적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의 남북간 통합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앞장서서 투자하기가 힘들고 여러 가지 현지 투자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전력량계 및 원격검침 시스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 회사는 북한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이 안정되면 곧바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경행(LG산전 상무)=국내 전력업계가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전력은 해방 전부터 남북한을 이어주는 동맥 역할을 해왔다.

산업 특성상 전력 인프라는 한번 구축되면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북한에는 일본 등 상당수의 외국 업체가 진출해있는데 산업의 동맥을 외국에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김 대통령의 방북에 이어 북한에 진출해 있는 외국 전력업체에 뒤지지 않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좀더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두수(삼보컴퓨터 컴퓨터·통신사업 부문 사장)=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컴퓨터산업을 포함한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공식적인 북한진출이 가시화되길 바란다. IT분야의 협력과 관련해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북한에 위탁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것이며 국내 PC업체들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PC업체들의 설계와 디자인을 토대로 북한내 현지생산이 가능해지면 원가절감을 포함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며 중국과 동남아 시장공략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장흥순(벤처기업협회 회장)=남북한은 생필품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외에도 세계적인 추세에 대응해 지식기반 제조업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기초과학기술과 바이오텍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한은 정보통신·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한은 신경제질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지식기반 제조업종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문석(한국오라클 사장)=50년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최고 정상이 만나는 자리가 바로 오늘이다.

이번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산가족의 재상봉, 남북 문화교류, 상호투자협정 등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위한 합의가 있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합의만큼 의미 있는 성과는 바로 인터넷을 통해 남북한의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경과 시간을 초월하는 인터넷이 북한과의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에 중요한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 인터넷의 위력을 통해 북한에도 정보화의 물결이 전달돼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남북의 정보교류를 가능케 하는 초석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이뤄졌으면 한다.

◇조영화(연구개발연구센터 소장)=서로 다른 것은 단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었음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보여주기 바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두 정상간 만남의 시너지는 더욱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것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노력의 첫 걸음으로서 과학기술 교류의 장이 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