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19회-패키지 SW편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에는 스타가 많다. 대개 개인 사용자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판매의 호조가 곧 사회적 지명도의 확대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의 업체 대표들은 이름 석자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 많다.

한글과컴퓨터의 창업자로 지금은 인터넷업체 드림위즈의 대표인 이찬진 사장이나 현 한글과컴퓨터 대표인 전하진 사장,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소장 등은 정보통신에 대한 관심이 적은 사람이라도 얼굴만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또 하나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를 이끄는 사람들의 특징은 20∼30대 영파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부터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온 1세대 사장들을 제외하고 90년대 중반 이후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경우에 따라서는 20대 사장들도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 기업은 역시 한글과컴퓨터다. 한글과컴퓨터는 창업자인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을 시작으로 정내권 드림위즈 부사장, 현재 나모인터랙티브 공동 대표인 박흥호 사장 등을 배출했다.

지난 97년 「아래아한글」 포기 선언을 국민주 모금으로 반전시키며 새롭게 한글과컴퓨터 사령탑이 된 전하진 사장은 인하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제품을 만든 주역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의 상례와 달리 전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경우다.

전 사장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과 사무용 패키지인 「한컴오피스」에 한정돼 있던 사업 분야를 인터넷 서비스로 넓히는데 성공해 전문경영인 영입의 시너지 효과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의 대표 주자라면 외산 업체의 대명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표계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개인정보 관리 프로그램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 중 워드프로세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마이크로소프트는 고현진 사장을 주축으로 기업용 제품은 윤은모 상무가, 일반 사용자용 제품은 서영준 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윤은모 상무는 IBM과 SAP를 거쳐 지난 5월 26일 (주)마이크로소프트로 합류했다.

윤 상무는 IBM과 SAP에서 기업 고객을 상대로 오랜 영업 경험을 살려 윈도 2000을 중대형 시스템 운용체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서영준 이사는 작년 5월 (주)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으며 여러 식품 회사에서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사무용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중소기업에 특화된 제품만을 고집해 온 피코소프트 유주한 사장은 기자 출신이라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유 사장은 88년부터 6년간 전자신문에서 기자로 일해오다가 93년 피코소프트를 만들었다.

유 사장은 개발 능력과 동시에 기자 시절 쌓은 기업 운영의 노하우를 잘 접목시켰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대표적인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하우리, 시만텍코리아, 트렌드코리아 등 4개 업체가 백신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고 유명인사다. 62년생인 안 소장은 실제 병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컴퓨터의 병을 치료하는 백신 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안 소장은 본인 스스로 「V3」를 만들어 PC통신을 통해 배포하다가 95년 회사를 설립했다.

주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성품과 집중력이 높다고 알려진 안 소장은 97년 미 펜실베이니아 공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공부하는 사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우리 권석철 사장은 한국전산원과 한국정보보호센터에서 바이러스 관련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회사를 창업한 케이스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전매특허로 여겨지던 시기에 과감히 동종 업체를 창업해 직원 40여명에 매출 50억원을 바라보는 규모로 성장시킨 권 사장은 개발 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만텍코리아 최원식 사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플로리다주립대 전자공학 석사를 딴 엔지니어 출신으로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원과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코카콜라로 자리를 옮기며 마케팅으로 역할을 바꿨다. 외국계 업체로는 드물게 30대에 지사장으로 임명될 만큼 시만텍 내에서 신임을 받고 있으며 마케팅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트렌드코리아 강희용 사장은 NCR와 사이베이스를 거친 경력답게 선이 굵은 영업통으로 소문이 나있다. 중대형 분야에서 오래 일해왔기 때문에 백신 솔루션도 개인용보다는 기업용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정보통신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과거 소프트웨어 중 「아래아한글」 「V3」와 더불어 대표적인 제품은 PC통신 애뮬레이터였다. 「이야기」와 「새롬데이타맨프로」 「잠들지않는시간」 등의 PC통신 애뮬레이터는 90년대 말 PC통신 인구의 확산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었다.

큰사람정보통신 이영상 사장은 회사의 전신격인 경북대 컴퓨터 동아리 하늘소 시절부터 회장으로 활약해 왔다. 93년 회사 설립 후 상무를 거쳐 96년부터 큰사람정보통신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야기」를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료 인터넷 전화인 프리웹텔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새롬소프트 임태훈 사장은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선후배 사이로 새롬기술 사업부문을 분리하면서 새롬데이타맨프로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하는 새롬소프트를 맡게 됐다. KAIST 출신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새롬기술 시절부터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해온 경험을 살려 새롬소프트를 패키지뿐 아니라 「다이얼패드」 관련 솔루션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잠들지않는시간」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지란지교소프트의 오치영 사장은 충남대 컴퓨터과학과 출신으로 일찍부터 대전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결제 소프트웨어와 바둑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기도 한 오 사장은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의 보안 솔루션에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거원시스템 정재욱 사장은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거친 개발자 출신이다. 멀티미디어 관련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거원시스템은 「거원제트오디오」가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평소의 지론답게 우직하고 깊이 있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정재욱 사장은 개인정보관리시스템 전문 업체인 엔드리스레인 대표다.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SDS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누카로 자리를 옮긴 이호찬 이사와 함께 엔드리스레인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한메 타자」로 유명한 한메소프트 이창원 사장은 1세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에 속할 정도로 경영을 오래해 왔다. 공대가 아닌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 사장은 한메소프트 연구소장을 거쳐 94년부터 대표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키지 개발보다 임베디드 솔루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웹에디터 전문 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는 김흥준 사장과 박흥호 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경영과 개발을 나눠서 맡고 있다. 박흥호 사장은 국어 교사 출신으로 한글과컴퓨터를 거쳐 나모인터랙티브를 설립했다.

올해 초 다시 나모인터랙티브로 복귀한 김흥준 사장은 매출 규모상 나모인터랙티브의 20배에 가까운 경인양행 대표를 거친 경력을 갖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개발과 영업을 분리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경우로 평가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의 영파워로 주목받고 있는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사장은 72년생으로 만 28살이다. 한양대 수학과 재학중부터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등 뛰어난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서인식 업체인 한국인식기술의 이인동 사장은 충남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KAIST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창업을 했다. 오로지 문자인식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14개국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글눈 99를 출시한 바 있다.

번역 소프트웨어도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분야다. 언어공학연구소 장충엽 사장, 유니소프트 조용범 사장, 엘앤아이소프트 임종남 사장, 정소프트 한동원 사장 등이 번역 소프트웨어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