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커머스넷(회장 안규호)과 본지가 공동 주관한 제8차 e커머스클럽 간담회가 지난 13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차세대 전자상거래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응전략」을 주제로 개최됐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민적 관심사로 나라 전체가 다소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이날 간담회는 각계 전문가들이 향후 「디지털 통일강국」을 차분히 고민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의 사회로 정보통신부 변재일 정보화기획실장이 「차세대 전자상거래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고 4개 소주제별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e비즈니스 추진전략이 개별 산업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민관의 적절한 역할 정립과 구체적·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제발표 요지>
◇차세대 전자상거래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변재일 실장)
정부는 기업환경과 산업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특히 국가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보고 「가상시장(e마켓플레이스)」 기반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들어 전자서명인증제도를 본 궤도에 올려 전자거래의 신뢰기반부터 조성하기로 했다. 또 차세대인터넷언어인 XML을 활용, 정부조달 등 종전 부가가치통신망(VAN) 기반의 통신환경을 조속한 시일 안에 인터넷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전자·자동차·건설·국방 등 업종별 CALS 프로젝트는 진행중인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미비점을 개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민간 공동의 장을 만들어 전자상거래 관련 각종 기술표준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을 세계 인터넷비즈니스 거점(허브)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
◇전자상거래 도약의 선결과제(오광석 단장)
그동안 수많은 전자상거래 구축·실행 사례에서 반성해야 할 점은 기업의 백엔드시스템 정비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와의 접점환경을 인터넷화하는 데 만족했던 것이다. e비즈니스의 효용가치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주문처리·재고관리·유통·물류·조달 등 백엔드 환경의 재구축이 필수적이다. 전자상거래 관련 각종 기술의 표준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전자카탈로그·XML·전자지불 분야는 핵심기술을 제공하므로 시급히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밖에 국가 전자상거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정책은 국민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현재 발급되는 공공요금 지로용지 대신 온라인과금시스템(EBPP) 등을 도입한다면 전자상거래의 파급효과는 지대할 것이다.
◇m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전략(김진우 교수)
최근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인터넷 의식·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잠재력이 있다는 시사점을 얻었다. 전송용량이나 속도, 서비스 등의 한계는 있지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엄청난 규모로 모바일인터넷시장이 다가올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모바일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모델이나 주요 공략서비스는 기존 PC기반의 인터넷환경과는 다를 것이다. 사용자들이 피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서비스, 즉 적절한 킬러앱 발굴이 초기 모바일인터넷 서비스가 뚫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바일인터넷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의 원칙이 그대로 접목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며, 일본 등 해외사례와 국내의 준비정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소비자보호 대응전략(강성진 박사)
지금까지 전자상거래 활성화 논의는 주로 공급자인 기업의 입장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 시장 성숙과 더불어 이제는 소비자 시각에서의 전자상거래, 즉 소비자보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우선 현행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소비자보호 문제가 몇몇 법률에 산재되는 게 아니라 가칭 「통신판매법」과 같은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일단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면 구제가 어려우므로 사전 교육·예방을 위한 가칭 「소비자보호센터」 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부당 거래행위를 감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마켓 성장에 따른 기업의 법적대응 전략(배재광 소장)
우선 선행돼야 할 점은 산업사회 관점에서 만들어진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구조를 디지털사회에 맞게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 전자계약제도를 과감히 도입하고 다양한 계약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특허문제가 사회 이슈화하고 있는 요즘, 지적재산권에 신중함을 기해야 하고 각종 법률분쟁의 해결방법을 다양하게 발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넷 도메인과 관련한 분쟁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기업간에도 업계 공통의 표준거래규약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들이 결국 기업의 안정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을 도와 법률로 인해 애를 먹는 경우를 막아줄 것이다.
<주요 토론요지>
△사회(정태명 교수)=오늘 논의의 초점은 전통적 기업의 e비즈니스와 B2B 전자상거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봤으면 합니다.
△박규헌 이네트 사장=어느 순간 갑작스레 다가왔던 B2C시장이 지금은 B2B라는 이슈에 가려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사실 화려한 홍보내용과 달리 현재 대부분의 기업현장은 B2B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매우 일천한 실정입니다. B2B는 한마디로 전통적인 기업의 업무환경을 온라인으로 재구성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나 학계·업계의 공통된 고민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업계 대다수는 미국과 다국적기업들의 유행에 떠밀려 너나 할 것 없이 B2B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명확한 좌표 없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들이 지금처럼 이미지나 주가관리 차원에서 제각각 B2B 색깔을 칠한다면 산업전반의 경제손실과 체력낭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학계·업계·정부 모두가 전통적인 기업환경 재구축이라는 근본적인 접근에 공감대를 마련한다면 우리는 아시아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소위 굴뚝산업 전산실 실무자들의 현실을 통해 e비즈니스의 실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최근 수년간 갑자기 달라진 현실에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내부업무 전산화만을 위해 또한 근무시간 중에만 기업전산시스템을 운용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고객 마케팅 등 모든 업무에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e비즈니스, 전자상거래 등으로 수없이 밀려드는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시늉은 내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현실입니다.
△한상진 영진닷컴 이사=현재 대부분의 굴뚝기업들은 앞으로 경영전략에 대해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3000여개에 달하는 출판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을 적극 도입한 기업인 한두 곳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지금 산업중심에는 e비즈니스, 전자상거래 등 첨단열풍이 불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감지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전통산업의 경영자들은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으며 무작정 e비즈니스 대열에 뛰어들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경제주체나 정책당국이 산업전반에 고착화돼 가는 정보사회의 격차를 줄여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산업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업종간 차별화 문제, 일종의 온라인갭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당사자는 기업 자신들이지만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갖고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혜택을 산업전반에 배분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서점업계의 경우 소비층이 온라인서점으로 밀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출혈 과당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급기야 서점업계에서는 최근 오프라인기반이 무너진다며 온라인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사회=소비자보호와 정보화 역기능 문제도 점차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이영조 이빛커뮤니티 사장=수백 수천개에 달한다는 인터넷쇼핑몰 가운데 절대 다수는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영세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성장단계에 소비자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특히 인터넷기업의 수익성을 강조하는 요즘 추세에서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원칙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소장=시장은 정부·기업·국민이 주체로 참여할 때 자연스런 질서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소비자보호 문제도 결국은 시장발전 및 소비자의식 향상과 함께 해결될 과제로 여겨집니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센터 부장=전자상거래 신뢰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중요하게 대두되는 네가지 중점 분야가 있습니다. 그간 사회문제화했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안전성과 관련 보안실태에 대한 등급기준이 필요합니다. 또 전자서명인증제도는 시행됐지만 개별 공인인증기관 사이의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날로 수요가 급증하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문제, 전자화폐 등 다양한 디지털 지불수단의 안전성 지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