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디지털사회를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다. 인터넷 보급이 대중화하면서 바이러스의 배포 속도와 파괴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맞서 컴퓨터를 지키는 주역은 백신 업체다.
하우리는 98년 3월 설립 이후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백신 소프트웨어(SW)만을 만들어온 전문업체다. 한국정보보호센터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던 권석철 사장은 뜻이 맞는 몇몇 프로그래머와 함께 백신 업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내 백신 시장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라는 높은 산맥이 있었다. 내로라 하는 외산 백신 업체들도 번번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에 막혀 국내 백신 시장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벽은 높았다.
회사를 만들고 6개월 만에 백신 SW인 「바이로봇」 엔진 개발에 성공한 하우리는 빠른 검색속도라는 장점을 내세워 국내 백신 시장에 출시표를 던졌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권석철 사장은 그때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기존 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하우리라는 존재를 알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우리가 만든 제품이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품이 좋으면 시장이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제품 개발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바이러스 검색·치료가 가능한 「라이브콜」을 만든 것도 이때의 일입니다.』
결국 기회가 왔다. 99년 4월 국내 컴퓨터 30만대를 고철로 만든 CIH 바이러스가 터진 것이다. 윈도 상태에서 메모리 영역에 침투한 바이러스까지 진단하고 치료하는 「바이로봇」은 기존 백신 SW들에 비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고 하우리의 이름도 일반인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CIH 특수가 있은 후 다른 IT 기업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때부터 알타비스타·에스원·소프트중심·시큐어소프트 등 많은 업체와 제휴를 맺고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갔다.
지난 3월 하우리는 설립 2년을 맞아 도약의 계기를 맞이했다. 1년 만에 바이로봇 최신 버전인 「바이로봇 2000」을 출시했으며 개인용 백신 SW에 집중하던 사업영역을 확대해 유닉스, 리눅스 서버용 백신 솔루션을 개발했다. 또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제품인 「데이터메딕」도 함께 발표했다.
『개인용 패키지에 그쳤던 제품군을 기업용 솔루션으로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물론 모든 솔루션을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안 영역의 각 분야에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함께해나갈 것입니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우리는 중국어판 「바이로봇」 베타판을 만들어 중국 공안부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하우리는 중국과 함께 공을 들이는 지역은 남미다. 하우리는 남미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 시장조사를 마쳤으며 디자인을 차별화한 남미시장용 패키지를 끝낸 상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우리의 정체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백신 공급 업체에서 종합 보안업체로 도약할 것입니다.』
권 사장이 말하는 하우리의 미래상이다. 권석철 사장을 비롯한 하우리의 전직원은 오늘도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