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 중
『인간은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이 아니다. 강하거나 빠르지도 않으며 시각과 후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운 동물들 틈에서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이 살아 남아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두뇌 덕분이다. 인간은 인식의 틈(cognitive niche)을 채우며 진화해온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기르는 법을 배웠다. 또 문명과 문화를 개발하며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법을 배웠다. 인간은 도구와 기술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나는 낙관론자이며 진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과거보다는 현재에 살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의 재능이 가치를 잃기 때문도 아니고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싫어서도 아니다. 산업시대의 도구들은 인간의 육체적인 능력을 확장시켜주었다. 디지털시대의 도구들은 인간의 정신능력을 확장시켜준다. 나는 이 점이 맘에 든다. 그래서 내 아들과 딸이 성년이 된다는 것에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
메모 : 생물학에서 틈(niche)의 의미는 어떤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물들의 생존방식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생존방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틈은 당연히 사고능력, 사고를 체계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체계화된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가리키게 된다. 빌 게이츠는 디지털도구야말로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인간의 틈을 채워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현진논설위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