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였던 95년의 기록을 깨뜨릴 것이 유력해지면서 국내 반도체산업계는 물론 정부 또한 들뜬 분위기다.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소자업체는 전반적인 매출 호조로 지난 4년간의 부진을 완전히 씻게 됐으며 신규 투자 여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장비와 부품·소재업체들도 소자업체들의 수요 확대로 「먹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는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호조로 전반적인 무역 수지 및 경기 활성화를 낙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계 한켠에서는 최근의 반도체 수출 호황이 주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증대와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메모리 위주의 국내 반도체 수출 구조의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램 수출에 주력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나 호황인가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은 최근 외국의 대형PC업체들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거절하느라 바쁘다.
두 회사가 올 하반기에 생산할 제품들은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재고 물량도 1주일치밖에 안된다. 지난해에는 통상 3∼4주의 재고를 보유해 왔다.
수출 물량도 늘어났지만 값도 크게 올랐다.
전반적인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1∼2개월 이르게 오름세를 타 주력인 64MD램의 경우 이미 8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달 안으로 9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가격은 하반기에도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달초 공급부족률은 전세계적으로 1∼2% 수준인데 하반기에는 5% 안팎까지 이를 전망이다.
최근의 가격 오름세는 가수요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하반기에도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D램업체들이 매출 계획을 짜면서 잡았던 64MD램의 연평균 가격은 6.5달러 안팎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연평균 가격도 7∼8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가만히 있어도 매출액이 10∼20%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수량까지 느니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이 잡은 매출 신장률 20%도 극히 보수적인 수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의 고민=이처럼 시장이 달아오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좋은 일인줄 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늘어나는 수요만큼 생산이 뒤따르지 않아 「눈먼 돈」을 앉아서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가격 상승도 우리처럼 고정거래선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현물시장 가격이 오른다고 그만큼 가격을 올릴 수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생산 확충을 모색중이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새로 공장을 짓자니 시간도 걸리고 2∼3년 뒤의 시장 변화가 걱정스럽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기존 생산라인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연말께 가동키로 한 화성 공장을 한달정도 앞당겨 가동하는 한편 생산량을 20∼30% 정도 늘릴 수 있는 초미세회로선폭 기술 적용과 설비 및 장비 교체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안으로 전 생산라인에 0.17미크론급 공정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며 검사장비 등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첨단 장비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비해 신 공장 투자가 없는 현대전자 역시 이를 벌충하기 위해 0.18미크론 공정의 확대 적용 및 설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128MD램 등 대용량 메모리의 증산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밖에 소신호용 반도체의 수요 확대로 인해 한국전자도 반도체 전공정 분야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운드리전문업체로 변신한 아남반도체 역시 주 고객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의 주문 확대로 웨이퍼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증산에도 불구, 급증하는 수요량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여 생산 확대를 위한 효율적인 투자 전략은 국내 반도체업체에 화두가 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