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통신협력의 예상시나리오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섣부르지만 벌써부터 향후 전개될 남북한 정보통신협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한 정보통신협력은 화해와 협력을 중심으로 한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이끌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통신협력은 우리측의 의도와 달리 지금까지 북한 당국이 기피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순탄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의 통신협력=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남북한 통신협력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궁화위성이 통신용은 아닐지라도 방송중계용으로 활용되고 남북한 회선구성에서도 직접구성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금강산 통신망 구성에서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공기업인 한국통신을 철저히 배제해 왔었다. 당국간 통신협력을 기피했기 때문이었다.

통신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궁화위성이 활용됐음을 들어 향후 전개될 협력에서도 남북을 잇는 중추적 통신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보통신교류협력위 구성=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 및 북한내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나온다면 당국자간 정보통신 실무협상은 가장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는 6월말 또는 7월중 가동될 남북정보통신교류협력위 구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자간 정보통신 실무협상이 전개된다면 정부차원에서 남북경협 및 민간차원의 협력문제 등 제반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되는 실무협상 주제로는 작게는 남북한 핫라인이나 이산가족문제해결을 위한 통신지원에서부터 실질적인 경협을 위한 인력교류, 산업공단내 통신지원, SOC 차원의 북한통신 현대화까지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통신협력=남북화해 협력에 따라 기대되는 1차적인 정보통신협력은 남북한 당국자간 핫라인과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회선구성이다. 이는 남북한간의 원칙정립이 문제일 뿐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우리측 수행원과 우리 정부와의 비상상황선은 남북직통회선이 일부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가적인 회선구성의 문제도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도 무궁화위성을 통한 회선구성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약 이산가족상봉이 직접교류보다는 영상통신을 통하는 것이라면 음성, 데이터, 동영상 지원이 가능한 무궁화위성이 일차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 인력교류=정보통신 기술인력교류는 남북경협의 선결과제 사항이다. 전자·정보통신 관련기업들이 북한내에서 반제품 또는 완제품 조립생산을 위해서는 현지인력에 대한 교육 및 인력양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정통부가 이제까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정보통신 개도국에 적용했던 사업방식이 유력모델로 거론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이와 관련, 해당국의 정보통신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현지인력을 초청, 교육을 시켜왔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개방에 대한 속도조절을 시도한다면 국내기업들이 직접 북한내에서 인력양성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산업공단 통신지원=북한이 가장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산업공단은 국내통신사업자의 직접적인 참여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정지역에 공단이 들어서고 이에 국내기업이 특정형태로 입주한다면 반드시 공단내, 현지공단에서 우리측으로 또는 현지공단에서 해외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지원이 필수적이다.

만약 산업공단 내에 통신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무인도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대-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이나 한국통신이나 이에 비중을 놓고 구체적인 경협 전개방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의 대안으로는 무궁화위성을 통한 회선구성이나 공단내 무선망(WLL 등)을 통한 회선 구성 및 국내사업자의 직접운용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미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구에서 외국통신사업자에 통신서비스 운용권을 허용했던 사례가 있다.

◇북한 통신현대화 =남북정보통신교류협력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통신현대화다. 물론 이 경우는 경협을 비롯한 남북한 협력이 성숙단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항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SOC투자의 일환으로 통신망을 고도화하고자 한다면 유선개념에서 탈피해 무선개념이 우선 고려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선의 경우 시설현대화에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무선의 경우는 소규모투자를 통해서도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망 고도화를 통한 통신망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모델케이스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국내이동사업자 및 통신장비업체들이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선망을 통한 현대화는 북한의 통치체제가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 이 문제는 북한 권력층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북한내 통신현대화 달성을 통한 남북한 공동 사이버커뮤니티 구성은 남북통신협력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는 하나 남북한 화해와 협력이 일정수준 가시화된 이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