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의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남북 정부간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무형의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남북경협의 최대 걸림돌은 양측의 정치적 긴장관계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관계가 상당히 해소된 만큼 이제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남한정부는 북한이 경제재건을 위한 재원을 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을 유도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이번에 개방·개혁 의지를 드러낸 만큼 선진국과의 관계개선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남한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남북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하고 결제제도를 만들며 분쟁조정기구도 설립하는 등 경협의 필수적 토대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보장협정은 다른 나라와의 체결내용으로 비춰보면 △북한진출 기업들이 소득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송금보장」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재산을 임의적으로 수용하거나 압류할 수 없도록 하는 「재산보호」 △북한이 남한기업을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내국민대우」 및 다른 나라와 사실상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혜국대우」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에는 사기업이 없기 때문에 내국민대우에 대해 북측과 합의가 이뤄질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최혜국대우, 송금보장, 재산보호 조항의 합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남북한이 동시에 자국의 세법에 따라 과세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과세방지협정도 마련돼야 한다.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과 개발도상국과의 협정내용 등이 감안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 방향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OECD기준에 따르면 이자소득세의 경우 원천지국(북한)에서 거주지국(남한)기업 등에 10% 이상, 배당소득은 5∼10% 이상 각각 과세하지 못한다. 사업소득은 원천지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거나 일정기간 이상 사업을 벌였을 경우 원천지국의 세율로 과세한다.
근로소득세는 183일 이상 체류하고 급여 지급자가 원천지국인 경우에 한해 원천지국이 자국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밖에 경협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금결제가 손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경협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북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나 기구도 마련해야 하고 △방북·통관 절차 간소화, 임가공제품 형식 승인제도 개선,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규제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