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의 할 일이 많아졌다.
남북 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사항인 남북 정부간 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무형의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남북경협의 최대 걸림돌은 양측의 정치적 긴장관계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관계가 상당히 해소된 만큼 이제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남한 정부는 북한이 경제재건을 위한 재원을 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을 유도하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이번에 개방·개혁 의지를 드러낸 만큼 선진국과의 관계개선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남한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남북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하고 결제제도를 만들며 분쟁조정기구도 설립하는 등 경협의 필수적 토대를 만드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확대정상회담에서 우리측 대표단이 이를 제의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투자보장협정은 북한진출 남한기업이 안심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장치에 해당한다. 남한진출 북한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협정은 나라별로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북한과의 협정체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보장협정은 다른 나라와의 체결내용으로 비춰보면 △북한진출 기업들이 소득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송금보장」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재산을 임의적으로 수용하거나 압류할 수 없도록 하는 「재산보호」 △북한이 남한기업을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내국민대우」 및 다른 나라와 사실상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혜국대우」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에는 사기업이 없기 때문에 내국민대우에 대해 북측과 합의가 이뤄질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최혜국대우, 송금보장, 재산보호 조항의 합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남북한이 동시에 자국의 세법에 따라 과세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과세방지협정도 마련돼야 한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의 일정한 기준은 없다. 상대국에 따라 협정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북한과의 협정이 체결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과 개발도상국과의 협정 내용 등이 감안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 방향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OECD기준에 따르면 이자소득세의 경우 원천지국(북한)에서 거주지국(남한) 기업 등에 10% 이상, 배당소득은 5∼10% 이상 각각 과세하지 못한다. 사업소득은 원천지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거나 일정기간 이상 사업을 벌였을 경우에 원천지국의 세율로 과세한다. 근로소득세는 183일 이상 체류하고 급여 지급자가 원천지국인 경우에 한해 원천지국이 자국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세율을 비롯한 조세체계가 없는데다 남한과의 특수한 관계에 있는 만큼 이들 기준이 그대로 원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개괄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정부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남측기업이 북한에서 부담한 세금액은 남한에서 낼 때 공제된다는 점이다.
이밖에 경협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금결제가 손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경협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북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나 기구도 마련해야 하고 △방북·통관 절차 간소화, 임가공제품 형식 승인제도 개선,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규제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