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민합동회에서 뭘 논의했나

15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반도체 생산국의 관민합동회의에서 참석자들이 3시간의 짧은 회의시간에서 주로 할애한 것은 정보기술의 활성화와 환경문제였다.

하나는 반도체시장의 활성화와 관련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문제다. 반도체업체들의 최근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러주는 대목이다.

세계반도체협의회(WSC)의 이날 대정부 보고에 따르면 PC와 정보기기는 물론 이동통신단말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연결되는 기기의 수는 지난해 2억개에서 2003년께 7억개로 3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인터넷의 성장은 반도체 수요의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 때문에 세계 반도체업체 대표들은 각국 정부에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을 건의했다.

반도체업체들은 특히 각국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기존의 상품 또는 서비스 분류에 그대로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새로운 과세나 기존 상품에 비해 불리한 세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업체들은 개발도상국의 정보기술협정(ITA) 가입을 촉구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인터넷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ITA 가입은 90년대 말 이후 중단되다시피 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대표는 헝가리와 아르헨티나 등의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한 결과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받았다고 소개하는 등 점차 ITA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업체간 전자상거래 관련기술 정보를 교류하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이는 관련 솔루션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돼 전자상거래에 대한 반도체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반도체 업체들의 또 다른 현안은 환경문제다.

특히 반도체업체들은 EU가 추진중인 납 사용 규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내비쳤다. 미국 업계의 대표는 『EU의 규제를 지지하나 위험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회수비용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됐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책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EU 정부측 대표는 『전문가들이 위험성은 물론 무역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조사중이며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체들은 반도체 제조시 불화염화탄소(PFC)의 방출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감축 계획과 진행현황을 상세히 소개하는 등 환경에 대한 민간업체의 자발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납 폐기물과 같은 문제도 자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 관민합동회의는 반덤핑 규제 개선 연구에 대해 각국 반도체 관련 협회의 특별한 건의가 없는 한 논의를 유보하기로 한 애초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따라서 반덤핑 문제는 당분간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는 그 불씨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워낙 반도체시장의 활황으로 당장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효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