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후속조치-외국계 IT업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컴퓨터·정보통신 산업 분야에서도 남북간의 교류·협력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컴퓨터업체들도 대북 관련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HP·컴팩코리아·한국유니시스 등 주요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은 우선 북한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고 대북 진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에는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어 당장 대북 사업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한국HP의 경우 동서독 통일을 앞두고 서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독의 전산화 작업을 주도한 바 있는 미국 HP의 경험을 대북 진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대북 진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내한한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대북 사업에 관심을 보여 한국HP는 조만간 대북 사업 관련 보고서를 본사에 제출할 계획이다.

컴팩코리아의 경우는 올해 국내 인터넷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 본사에서 들여오기로 한 1억달러 규모의 자금 중 일부를 대북 사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본사와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컴팩코리아측은 북한의 컴퓨터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에 자사 장비를 제공, 공동연구 형태의 대북 협력사업을 전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유니시스의 최기봉 상무는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가 대북 사업을 벌이기에는 공산권수출금지규약(COCOM) 등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 대북 사업을 적극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은 대북 사업과 관련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심 남북 경협이 물꼬를 트고 남북 상호간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부과금지협정이 체결되며 통신·통행·통상 등 소위 「3통」이 원할하게 이뤄지면 북한 진출을 포함한 대북 사업에 본격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