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서 경협확대 등 5개항의 남북공동선언문이 채택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본지는 15일 각계 전문가를 초청, 남북경협에 따른 득과 실, 협력유망분야 및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집중 조명하는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참석자=김영수(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케드콤 회장), 최성모(한국전산원 정보화평가분석단장·정치학박사), 최신림(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김영수=남한과 북한 정상이 남북공동선언문을 이끌어낼 정도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대북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언젠가는 북한이 빗장을 열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대북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너무 늦은 감마저 들 정도입니다.
최신림=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엄청난 의욕을 가진 것으로 확인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기대만큼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경협부분은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막혀있던 장애물들이 하나씩 제거돼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성모=남북경협은 먼저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분야가 바로 IT부문입니다. 경협의 전제조건이 체제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이 부문에서 IT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영수=남과북의 경협은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 평양 대동강공장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임가공사업을 수행중인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면 시너지효과는 배증될 것입니다.
최신림=저는 당장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초기단계에는 2∼3년기간에 대북사업에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선은 임가공사업 등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분야는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등을 고려할 경우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김영수=남북간 교류는 이전까지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았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대북사업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이죠. 우선 무엇보다도 북한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성급하게 접근하는 일은 금물입니다.
최성모=남북경협에서 IT분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94년부터 99년까지 북한 정보화현황을 살펴보면 하드웨어산업은 취약하지만 소프트웨어분야는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폐쇄된 체제 속에서 정보통신기술 발달을 위한 학문적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북한의 기초과학과 남한의 선진기술을 합치면 동북아 경제에서 정보기술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T분야에서의 협력은 남북간 체제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이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신림=저는 IT분야의 협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정보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통신서비스가 주요문제인데 이것은 정치·군사적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성만큼 이 분야에서의 협력은 상당기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정보통신기기산업의 임가공 분야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점차 분야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경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김영수=IT분야가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제한적인 요소가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데는 저도 동감합니다.
최성모=앞서 말씀드렸지만 IT분야의 협력은 단순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대북 SOC사업에 통신인프라가 빠져있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통신망 구축사업을 대북 SOC사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부터가 중요합니다. 저는 남북간 교류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북한에 초고속 정보망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끊어진 철도를 잇는 만큼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단기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하더라도 꼭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을 지식정보화사회로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통신인프라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공산권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바셰나르협역 등 IT분야의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어려운 일은 분명합니다.
최신림=대북경협에는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투자보장협정 등이 점차 가시화되겠지만 우리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여러가지 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바셰나르협역 외에 이보다 훨씬 규제가 강한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법이라든가 미국산 부품의 10%를 사용하는 제품의 공산권 수출을 규제하는 미 수출관리법 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IT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김영수=IT분야 외에 다른 분야도 장애물이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게 전기문제 입니다. 또 현재 유일하게 북한을 연결하고 있는 부정기적인 해운항로 등 물류문제도 현재로서는 투자에 따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이지 못합니다. 이에 따른 보완대책이 곧바로 따라주어야만이 남북경협이 구체화될 것입니다.
최성모=정보기술 분야 교류를 위해서는 보안과 비용, 기술문제를 함께 고려해야합니다. 현재 남북은 부호체계와 자판설계 등 표준화 및 단일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최신림=북한측이 IT분야에 대해 국내 대기업에 여러차례 요청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정보화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은 아주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고 정보화 및 통신 현대화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추진중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영재교육시스템이 아주 발달해 수학영재를 키우고 있으며 이들 인력을 컴퓨터 관련학과로 진학시키고 있다는 것은 IT분야에서 협력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남북한 소프트웨어 합작은 문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인데 문화적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가능한 문제인가라는 기초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제약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추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성모=북한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보안에 관련해서는 상당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로 보면 저는 장기적으로 IT교류를 위해 남북간 정보화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지식정보화 공동위원회」가 남북간 공동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신림=북한의 인터넷은 북한나름대로 기술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다고 봅니다. 다만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유해정보가 유입될 것을 두려워해 개방을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저는 이같은 북한의 IT환경을 고려해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에 통신인프라를 구축해 통신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성모=저는 남북간 정보통신교류협력의 제약조건은 6가지로 꼽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기술간의 이질성, 보안상의 문제, 문화문제,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 등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인식하고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 게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입니다.
김영수=남과북은 체제가 다른 만큼 실제 사업수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실정을 파악하고 북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