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된 후 9년만의 결실로 경협의 핵심인 교류협력 분야가 주목된다.
남북 경협은 남한의 자본과 선진기술,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의 결합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상호 보완적이다.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큰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남북한 교역규모는 역대 최고인 3억3343만달러에 달했다. 이번 공동 선언으로 그 증가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간에는 아직 경협과 관련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투자보장협정, 이중 과세방지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법률적 보장 조치가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경협 활성화의 핵심 변수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 SOC 등 공적투자자금 마련, 수출환경 개선, 규제 완화 및 경협의 인식전환으로 요약된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도 선결해야 할 문제로 말 그대로 양국 당국자들이 무릎을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경제공동위 가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이번 공동선언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남는 것은 전자정보통신업계의 대북 사업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북한의 SOC건설이다.
북한의 경우 재정능력이 부족하다. 현대와 삼성이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의 도로(산업단지와 항만 등의 연결 고속도로)분야에만 2조2000억원이 필요하다. 철도는 무려 4조9000억원, 전력은 2조원, 심지어 주요 산업단지 통신망 구축에만 1000억원이 요구된다. 줄잡아 9조원이 넘는 거금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는 오히려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나 삼성이라도 그만한 자금을 민자로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동원 가능한 재원으로 남북협력기금 및 민자 유치를 제시한다.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의 공적 차관은 당분간 활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우리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대외협력기금(EDCF)은 7000억원 수준이다. 남북협력기금은 가용자원 기준 218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외경제협력기금 등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일시 전용, 남북기금을 1조원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단기적인 처방이다. 장기적으로는 공단 건설과 더불어 해당기업의 BOT방식 투자와 컨소시엄 구성, 공기업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김 대통령 귀경후 범정부 차원의 후속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경협을 총괄하는 정부의 직제개편 혹은 부처간 협력체제 구축이다. 부처간 협의채널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실무능력 강화도 절실하다.
또 우리 내부적으로도 대북 경협과 관련한 승인 절차 간소화, 각종 행정지원시스템 등 사전 정비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 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령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