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 1993년에 발표된 수잔나 케이슨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걸어가야 했던 소녀들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장영화다. 감독은 영화가 갖는 소통의 힘을 통해 자신과 혹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방법은 다분히 아날로그식으로 표현되면서 과거에 대한 설명적인 이해보다는 억눌리고 비틀어진 그들의 현재 모습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개인적인 공감대를 이루어내는 매력이 있다. 원제인 「Girl, Interrupted」에 비해 국내에서 붙여진 제목은 훨씬 다중적 의미의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정신병동의 다양한 캐릭터와 이들의 삶은 오히려 여성영화라는 선입견을 던져버리는 생기와 유머가 있다.
다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한 후 응급실로 끌려간 수잔나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는다. 그녀는 자살 기도를 부인하지만 「인격경계 혼란장애」라는 병명으로 클레이무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에게 편안한 곳」이 될 거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정신 장애자의 모습들은 더욱 심한 혼란을 가져다 줄 뿐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련의 규범들 속에서 그녀는 답답함을 느끼지만 어느새 환자들끼리의 동질감에 익숙해진다. 혼자서 방을 쓰며 계속해서 설사약을 먹어대는 데이지, 얼굴에 화상을 입고 가끔씩 발작을 일으키는 폴리, 7년째 요양원을 도망치면서도 계속 경찰에게 끌려 돌아오는 리사, 그녀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오즈의 왕국」을 찾아 나서는 도로시와 같다. 수잔나는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그들의 삶 속에 안전하게 숨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독방에 들어간 폴리를 위로하기 위해 밤새 노래를 부른 것이 원인이 되어 리사가 다른 병동으로 감금되고 그녀는 수잔나에게 함께 도망칠 것을 제안한다. 엉겁결에 리사의 손을 붙잡고 정신병원을 빠져 나오는 수잔나. 둘은 하룻밤 쉴 곳을 얻기 위해 병원을 퇴원해 혼자 살고 있는 데이지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아버지의 여자」로 살아가는 데이지를 비난하는 리사의 말에 충격을 받은 데이지는 자살을 하고, 리사와 헤어진 수잔나는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수잔나의 플래시 백을 통해 아주 조금씩 그녀의 숨겨진 비밀에 대한 정보를 준다. 그리고 그녀들의 삶에 숨어있는 진정한 가해자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수잔나 역할을 맡은 위노나 라이더는 영화의 제작자로도 참여하였으며 리사역의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