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에서 벤처기업 사장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싸인시스템의 이국철 사장(46)과 벤처기업가의 꿈을 키워가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김혜진(23)양.
이국철 사장은 대학교수이면서도 다년간 벤처기업 자문활동 경험을 통해 산지식을 가진 베테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반면 김혜진씨는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하는 신참내기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어색함이 없이 친숙한 분위기. 이국철 사장이 워낙 달변이고 오랜 기간 학생들과 마주앉아 토론을 즐겼던 덕택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제막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 크다.
이국철 사장이 비즈니스맨으로 입문한 것은 몇달 되지 않는다. 상아탑에서 안주하지 않고 현실세계에 과감한 도전장을 낸 것이 지난 2월. 김혜진씨도 두세달 안에 벤처기업을 설립, CEO 명함을 갖는다. 이화여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김혜진씨는 최근 비트컴퓨터에서 실시한 벤처기업 아이디어 공모전인 i페스티벌 행사에서 입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만남은 예상과 달리 아주 자연스러웠고 영파워와 기성세대 사이에 활기 넘치는 토론의 장이 됐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이 사장. 『요새는 졸업과 동시에 창업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한 것 같습니다. 우리 때는 감히 생각도 못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고 운을 뗐다. 이 사장은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아이템인가』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혜진씨는 『교육용 콘텐츠 사업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며 『현재 구성원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학생 6명, 서울대 산업공학과 2명』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젊은 패기를 칭찬하면서도 이 사장은 『기업은 전쟁』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쌓인 고충이 묻어나는 말투다. 『기업이란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과 위기관리능력, 인적 네트워크, 기술력 등이 기본으로 갖춰져야 하죠』라며 최근의 20대 벤처창업이 단순히 취직에 대한 돌파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김혜진씨가 바로 말을 받았다.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현실도피는 아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저만 하더라도 지난해 10월부터 고민하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업에 계신 사장님과 만나 경험담을 듣고 있지요. 사업 아이템도 이미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경영학과 학생이 모였다면 업무분장에서 힘들 것 같네요』라며 같은 경영학 출신으로서 우려를 표하는 이 사장의 말에 김혜진씨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설계는 물론, 마스터 과정을 모두 마쳤고 한 명은 회계사 공부중이지요. 저는 실무감각을 익히기 위해 휴학하고 삼성물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굳이 휴학할 필요까지 있느냐면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김혜진씨는 『하지만 창업날짜가 다가올수록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하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다보면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면서 이 사장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뭐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항상 신선한 충격이 된다면서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수용하는 경영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담을 끝내면서 두 사람은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잘해보자』며 『기업가가 벤처정신과 신뢰를 잃어버리면 그때부터 그 기업은 벤처기업이 아니다』며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이국철 사장>
△54년 서울 출생 △76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87년 워싱턴대 경영학 박사 △87년 국민대 정보관리학부 교수 △2000년 싸인시스템 대표
<김혜진씨>
△78년 충북 음성 출생 △97년 이화여대 경영학부 입학 △99년 벤처동아리 HIT 결성 △2000년 대학생 벤처창업대회 i페스티벌에서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