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SEK)는 한국 정보기술(IT)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화려한 비즈니스쇼다. SEK의 발자취는 곧 한국 IT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EK는 지난 87년 처음으로 열렸는데 당시 전시회의 정식 명칭은 한국소프트웨어전시회(the Software Exhibition of Korea)였다.
당시 가입자 전화시설은 막 1000만회선을 돌파했고 정보화의 동맥인 국가 기간전산망사업이 본격 추진됐지만 국내 SW산업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SW산업이 단지 용역사업이라는 인식밖에 없었던 당시 국내 처음으로 SW전시회를 표방한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모험이었고 SW산업의 성장세를 내다본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하기 힘든 전시회였다고 할 수 있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회관에서 막을 올린 SEK87은 업계의 우려를 뒤엎고 26개사가 120여점을 출품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애플은 매킨토시Ⅱ를, 샤프는 전자수첩을, IBM은 32비트 운용체계 OS2를 내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로선 첨단 제품이었다.
88년의 제2회 SEK에는 삼성전자, 금성사, 한국IBM 등 당시 국내 정보산업을 주도하던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고 정부는 SEK가 치러지는 매년 6월을 「정보문화의 달」로 선정해 행사가 갖는 의미를 한층 북돋워 주기도 했다.
SEK89는 규모면에서 SEK87에 비해 무려 10배로 불어나면서 체신부가 주관하는 국제행사로 발돋움했다. 이때부터 정부를 대표해서 체신부가 SEK를 공식 주관하게 됐고 개막일에 장관이 업계 주요인사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 행사에 참석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주최측인 전자신문사가 주간에서 일간으로 전환한 후 처음 열린 SEK91은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통신,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등 이른바 5대 PC메이커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SEK의 영문명칭이 현재의 「the computer Software Exhibition of Korea」로 바뀌고 하드웨어 업체들의 참가가 러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SEK는 출품업체, 출품작, 관람객 동원 등 여러 조건에서 명실상부하게 한국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자리잡게 됐다.
윈도스월드전시회(WWE:Windows World Exposition)가 창설된 93년 제7회때는 출품사가 200개(221사)를 넘었고 8회때는 역대 최다인 282개사가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관람객 동원에서도 1회때 8000명에서 5회때 10만명, 다시 3년 뒤에는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부응하면서 94년 이후 관람객 정보를 출품업체들에 그대로 직결시켜 주는 관람객종합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센터를 전시장에 도입하는 등 전시회의 선진화·고급화·정보화를 서둘렀다. 이후 SEK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는 등 해마다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작년 전시회는 전통의 네트워크분야 콘퍼런스 「코리아네트(KRNet)」가 함께 열려 네트워크 분야와 SW분야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올해의 SEK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리아네트와 함께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만업체들이 공동 부스를 마련, 참여할 예정이며 중국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들이 참여해 전시회를 둘러 볼 예정이어서 이제 SEK는 국제 전시회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