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40) 벤처기업

해외 진출<30>

『저는 아침에 비행기편이 있는데, 아마도 공항에 도착해서 병원에 가면 12시가 될 것입니다.』

『그래, 걱정하지 말고 너 하는 일이나 잘 하고 오너라.』

『옆에 집사람 있으면 바꿔주세요.』

아내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난 내일 12시나 도착할 것 같아. 그 안에 당신이 수고해줘요.』

『알았어예, 너무 걱정하지 마이소.』

『혹시 돌아가시면 전화를 줘. 호텔 전화 번호는…』

나는 호텔에서 가지고 나온 성냥을 꺼내 보면서 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방 번호를 말해 주었다. 전화를 끊자 가까이 다가와 있던 윤 실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사장님, 아버님이 위독하십니까?』

『그런 것 같네. 오늘밤을 못 넘기실 것이라고 하는데.』

『야단이군요. 어떻게 귀국할 도리가 없을까요?』

『공군기로 수송하기 전에 어떻게 가나? 어쩔 수 없지, 뭐.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까지 나를 불효자로 만드는군.』

내가 자칭 불효자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행위에 대한 결론이라기보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어떤 미움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술주정을 하면서 처자를 학대하는 것에 대해 증오감을 품었다.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밤새도록 술주정을 해서 방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두 형제가 부엌에서 떨면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소리없이 아침을 지었고, 우리는 부엌에서 밥을 먹고 학교에 갔다. 나중에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서 타성에 젖어 미움조차 생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으레 그렇게 한다는 관념을 지니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직원들에게는 술을 마시라고 하고 나는 방으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침실에 누웠다.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왠지 와서는 안되는 일이 오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지난날 가운데 좋지 않았던 일들만 떠올랐다. 그것은 좋은 일이 별로 없었다는 말도 되었다. 나의 모든 것은 어머니가 함께 했었다. 학교에 입학하는 날도 어머니가 함께 갔고, 졸업할 때도 어머니만이 왔다. 아버지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이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