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장장 3개월 동안 기나긴 레이스를 펼쳐온 KIGL 하계리그가 지난 10일 경기를 끝으로 예선전의 막을 내렸다.
물고 물리는 접전 속에 스타크래프트 남성 부문에서는 DPC의 신성철 선수가 4차전 이후 선두를 고수, 1위를 차지했으며 여성 부문에서는 한글과컴퓨터의 예카가 박승인, 이은경 선수의 막강 전력을 과시하며 승률 8할 5푼을 기록하며 1위에 등극했다.
마지막까지 혼전을 거듭한 피파2000 부문에서는 예카 이로수 선수, 두밥 조백규 선수, n016 이지훈 선수가 공동 선두에 올라 결선 당일 순위 결정전을 추가로 갖게 됐다.
대망의 결선을 앞두고 1주일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각 부문별 1위팀을 만나 지난 3개월의 레이스 뒷얘기와 결선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편집자
△스타크래프트 남성 부문 신성철 선수
유일한 DPC 소속의 선수로 출전, 당당히 선두에 올라 팀에 혁혁한 공헌을 세운 신성철 선수(19)는 장내의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과는 달리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성격의 소유자다.
게임라이트 전략개발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밤을 세우며 연습하는 노력파 신성철 선수는 『게이머가 된 후, 밤과 낮이 바뀌어 다른 친구들과 자주 못 만나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말한다.
테란을 즐겨 사용하는 신 선수는 리발리맵이나 헌터맵에서는 프로토스를 사용하는 전략가.
하지만 신 선수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번 하계리그에서 신 선수는 공동 2위 KTB네트워크에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적은 2전 2패. 하계리그 내내 천적으로 역할했던 KTB네트워크는 결선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가 될 전망이다.
신 선수는 『KTB네트워크의 정대희, 김동우 선수와 IBS네트 임요환 선수는 확실히 상대하기 힘든 강적이지만 결선에 대비, 남다른 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우승을 다짐했다.
△스타크래프트 여성 부문 예카의 이은경, 박승인 선수
춘계리그 예선 승률 1위 이은경 선수(20)와 하계리그 승률 1위 박승인 선수(20)가 버티는 예카팀은 여성 부문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며 하계리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숙식까지 같이 하면서 찰떡궁합의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프로토스를 즐겨 사용하지만 이은경 선수는 저그에, 박승인 선수는 프로토스에 특히 강하다. 따라서 예카팀은 상대 선수의 종족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이은경 선수는 『여성 선수들은 아직 한 종족만을 주로 사용하는 단점을 보이고 있지만 열심히 훈련, 남자 선수들에 버금가는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예카 선수들에게도 징크스는 있다. 실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이번 시즌에 KTB네트워크 소윤 선수에게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예카팀은 이번 시즌에서 소윤 선수에게 무려 세 번이나 패했다. 특히 이번 시즌 8연승 행진을 달리던 박승인 선수도 8차전에서 소윤 선수에게 무릎을 꿇어 연승행진이 좌절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박승인 선수는 『다소 의외의 플레이를 이끄는 소윤 선수의 스타일에 대응하지 못해 예선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만약 소윤 선수가 결선에 진출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피파2000 부문 두밥 조백규, n016 이지훈 선수
고등학교 2학년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 춘계리그 우승에 이어 하계리그 예선 1위에 등극한 두밥의 조백규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피파계의 일인자다. 특별한 기술을 쓰기보다 방향키만을 사용해 드리블하는 것이 장기인 조백규 선수는 브라질 팀을 가장 잘 사용하며 4·3·3, 5·4·1, 4·4·2 포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전술가이기도 하다.
춘계리그 우승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는 조백규 선수는 『막강한 선수들이 많지만 이번에도 우승해 꼭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라며 조심스럽게 2연패의 각오를 밝혔다.
시즌 중반 리그에 출전, 8연승을 기록하며 중위권에 처져 있던 팀을 단숨에 공동 1위로 끌어올린 이지훈 선수(19)는 하계리그 최대의 다크호스다. 유니비드 소속으로 활동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n016으로 트레이드된 이지훈 선수는 하계리그 불패신화를 이룬 유일한 선수.
레인보우식스, 스타크래프트 등 다른 게임에도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선수는 『학업과 게이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게이머로 나선 만큼 꼭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을 쌓고 싶다』며 결선전에 임하는 각오를 피력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