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시험·인증제 왜 필요한가

국내 정보통신업체의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가간 상호 품질시험·인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국제 표준에 입각한 정보통신시스템의 상호운용성, 기능보장 등을 위해 서둘러 품질인증제도를 도입, 운영중이다.

정보통신 시험·인증제도는 다양한 정보통신 시스템 및 기기간 상호접속·운용성 확보 요구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 본격 등장했다.

이 제도는 국제규범인 적합성평가위원회(ISO)·국제전기규격(IEC)을 바탕으로 상대국 시험·인증관련 사항을 서로 인정해 수출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시행된다.

정보통신 시험·인증체계는 ISO 규범에 맞게 시험하고 그에 따라 인증서를 업체에 교부, 그 결과를 국제적으로 수용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정보통신분야 시험·인증기관을 지정하고 이를 통해 시험·인증업무를 수행, 결과에 따라 성적서를 부여한다. 이것이 바로 인증서다.

◇선진국, 정보통신 시험·인증활동 활발 =선진국의 정보통신 표준 관련 시험·인증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 96년 개정된 전기통신법에 의거해 정보통신 시험·인증 제도를 강제 표준형태로 시행중이다.

미국 시험인증체계는 기술기준의 경우 FCC가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를 인정기관으로 지정하고 NIST가 다시 인증기관과 시험기관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시험기관과 인증기관은 네트워크 장비 성능시험담당 등 전문 분야별로 구성돼 민간 자율형태로 운영된다.

유럽의 경우에도 정보통신부문 시험·인증은 강제표준으로 운영된다. 관련법규는 통신단말장치 형식승인 상호인정지침이다.

유럽연합은 집행위원회가 기술기준 시험·인증정책을 수립한다. 인정기관인 MSA(Member State Administration)는 회원국에서 신고한 시험·인증기관을 인정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국 시험·인증기관은 분야별로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정보통신 시험·인증제도 열악 =국내 시험·인증사업은 산업기술분야와 정보통신분야로 구분돼 있다. 산업기술분야는 산업자원부 산하인 KOLAS(Korea Laboratory Security Agency)에 의해 시험기관 지정제도를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보통신분야는 전파연구소가 지정기관, 인증기관, 시험기관 업무를 통합 수행하고 있다. 독립된 인정기관 및 인증기관이 없음은 물론 인증업무에 필요한 국가간 제휴 등이 매우 소홀한 실정이다.

표준 분야에 대해서는 아예 국가 시험·인증제도마저 없는 실정이다. 전산원을 통한 시험·인증체계가 비공식적으로 운영중이며 전자통신연구원이 사설 시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체계 때문에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은 제품개발과정에서 경제적, 시간적인 손실을 입고 있다. 가입자망장비, 네트워크장비 등의 상호운용시험, 기술기준 측정시험 등을 외국에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 정보통신업체는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필수적인 시험인증과정이 결여된 상태에서 수출을 시도하는 무모한 행위마저 연출하고 있다. 특히 시험평가기술의 낙후성과 표준화활동 미미로 인해 외국업체가 원하는 사양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현실에 따라 일부 수출기업들은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미국의 「더 톨리그룹」등 해외 사설 시험·인증기관 등을 이용하고 있다. 시험에 따른 비용 외에도 직원들의 체류비, 2∼3개월 일정 손실을 감안하면 그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험과정에서 첨단기술의 해외누출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열악한 시험·인증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해외 유명 인증기관과 제휴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국내 시험·인증기관과 제휴를 통해 해외유명 인증기관의 인정마크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을 활용할 경우 국제적인 인증서 발급에 따른 비용이 20∼30% 수준으로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험과정 기간도 3개월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정보통신업계가 정부 차원의 시험·인증기관 설립과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